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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조작방송’ 사과하지 않는 MBC

■ KBS MBC, SJM노조 폭력 진압한 용역업체 파문 ‘침묵’ 

■ SBS만 ‘8뉴스’ 리포트와 클로징 멘트 통해 비판 


오늘은 방송뉴스에 대해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요즘 방송은 ‘올림픽시즌’입니다. 뉴스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런던올림픽에 ‘올인’해 있습니다. TV를 켜면 여기도 올림픽, 저기도 올림픽입니다. 채널선택권이 별로 없습니다. 거의 올림픽 중계보도만 나오니까요. ‘올림픽방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올림픽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방송사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바람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런 국민들의 ‘욕망’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편성전략을 탓할 이유는 없습니다. 무엇보다 ‘올림픽방송’에 투입한 각 방송사들의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방송사들의 ‘올림픽 올인’도 충분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올림픽 올인’은 이해하지만 MBC는 왜 ‘조작방송’에 대해 사과하지 않나


그런데 방송사들의 ‘올림픽 방송’과 관련해 이해가 잘 안가는 게 있습니다. 이른바 ‘조작방송’에 대한 논란입니다. 


MBC노조가 어제(7월31일)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7월27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방송된 ‘MBC-구글 SNS 현장중계’ 리포트 일부 내용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뉴스데스크>는 당시 방송에서 구글 SNS망을 이용, 영국 런던과 서울의 주요 지점을 연결해 응원 모습을 쌍방향으로 중계한다는 내용의 3분정도의 리포트를 내보냈는데 이 가운데 일부 내용을 ‘조작했다’는 것이죠. 오늘자(1일) 한겨레가 이 내용을 보도했는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배현진 앵커는 당시 한 사무실에서 여성 9명이 손을 흔드는 모습이 나올 때 ‘이 곳은 또 서울의 한 기업체 사무실인데요, 다들 모여 계시네요’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문화방송 노조는 이 사무실이 문화방송 사옥 6층 뉴미디어뉴스국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애초 문화방송 보도본부가 서울광장과 홍익대 주변 등을 중계하는 것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자 자사 사무실과 직원들을 방송에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은 ‘문화방송 사무실을 방송에 내보내면서도 문화방송과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왜곡해 결국 뉴미디어 뉴스국 직원들이 ‘올림픽을 응원하는 일반시민’으로 둔갑해 뉴스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화방송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의 프로그램 일반준칙 15조6항에는 ‘어떤 프로그램도 시·청취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MBC 사측 관계자는 노조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판단 미숙으로 인한 실수로 보여질 뿐, 방송 조작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너무 과장된 비난”이라는 입장을 밝혔더군요. 


뭐 … 완벽하게 공감은 가지 않지만 어찌됐든 MBC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 건 분명합니다. ‘어떤 프로그램도 시·청취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MBC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하고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위반했으면, 시청자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순리라는 얘기입니다. 관련자들에 대한 적절한 문책도 이뤄져야 하겠지요. 


다시보기에서 해당 부분만 삭제한 MBC …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없다 


하지만 MBC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판단 미숙으로 인한 실수’이든, 노조의 주장처럼 ‘의도된 조작’이든 분명한 것은 MBC가 사실과 다른 보도를 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MBC는 어제(7월31일) <뉴스데스크>에서 사과방송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방송’도 없었고, 앵커멘트를 통해 시청자의 양해를 구하는 최소한의 반성도 없었습니다. 


MBC가 유일하게(!) 한 것이라곤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조작논란’이 제기된 화면을 지워버린 겁니다. 제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늘 아침 인터넷 다시보기를 해봤더니 다른 부분은 그대로인데 ‘조작방송’이 제기된 부분만 아래 화면처럼 나오더군요. 


사과고 뭐고 그냥 대충 덮어버리고 넘어가겠다 - 아마 MBC는 이런 ‘계산’을 한 것 같습니다. 이미 ‘2012 런던 올림픽’ 중계 미숙으로 구설에 오른 MBC인데 ‘조작방송’에 대한 논란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MBC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김재철 사장이 ‘구글과 콘텐츠 협약을 체결한 것’을 대표적인 치적으로 홍보하다 무리한 리포트를 했다”는 MBC노조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KBS MBC, 안산 SJM노조 폭력 진압한 용역업체 파문 ‘침묵’ 


방송사들이 ‘올림픽방송’에 올인하는 점은 이해를 합니다만, 자동차 부품업체인 SJM과 만도의 사업장에서 파업 노조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용역업체의 폭행사태를 외면하는 KBS와 MBC에 대해선 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올림픽이 중요한 거 이해합니다. 그리고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올림픽이라는 특수성 못지않게 보도해야 하는 사안에 대해 최소한의 보도를 해야 하는 기준이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KBS와 MBC는 이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림픽과 관련한 리포트는 쓸데없이 사소한 것까지 보도하면서 21세기에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벌어진 노조원 폭행사태 - 심지어 폭력을 행사한 경비업체가 정권비호 의혹을 받고 있는 사안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합니다. 


어제(7월31일) SBS뉴스가 돋보였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SBS는 <8뉴스>에서 관련 리포트를 보도한 데 이어 클로징 멘트에서 앵커가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는데 특히 앵커의 클로징 멘트가 짧으면서도 KBS와 MBC에게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큰 것 같더군요. 전문을 인용합니다. 


“신나는 올림픽 축제 중이지만 드릴 말씀은 드려야겠습니다. 파업 중인 SJM사의 용역업체 폭력 사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아직도 폭력으로 근로자들을 두드려 패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니요. 철저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SBS ‘8뉴스’ 클로징 멘트가 돋보이는 이유 


조중동 등 수구언론과 KBS MBC 등이 외면하고 있는 ‘SJM노조 파문’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파업 중인 SJM사 자동차 부품 공장에 사측이 고용한 경비회사 직원들이 들어가서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것이고 △이 경비회사 컨택터스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개인경호를 했으며 현 정권 들어 급성장했다는 겁니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7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 내용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됐지만 KBS와 MBC는 이 내용을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의 경비업체 컨택터스는 이번 사건 외에도 상신브레이크, 유성기업 등 그동안 노사분규 중인 사업장에 개입해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의 제지는 물론 고소·고발 또한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마디로 MB정부 하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폭력행위에 대해 전혀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이런 상황에 대해 따끔히 질타를 할 법도 한데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보도조차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오늘자(1일)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이 업체가 법과 상식을 비웃으며 노조원들에게 곤봉과 쇠파이프를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떤 식으로든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을 하게 되는 게 상식인데, 이 기본적인 상식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조중동과 KBS MBC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KBS와 MBC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