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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방송뉴스에 등장한 ‘박지성의 기’

■ 방송3사 ‘브라질 4강전’ 리포트만 6∼7개
■ ‘메인뉴스’인지 올림픽 축구 특집인지 구분 안 돼
■ 아이템 공동회의 한 듯 ‘비슷한 리포트’ 집중 배치

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8월6일 방송3사 메인뉴스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요즘 올림픽 시즌이라 방송사들이 런던올림픽에 올인하는 건 이해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정도가 지나치면 역효과가 나는 법이죠.

6일 방송3사 메인뉴스는 ‘브라질 4강전 축구특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KBS는 날씨를 포함한 <뉴스9> 전체 33건의 리포트 가운데 ‘브라질 4강전’ 관련 리포트만 7꼭지를 배치했습니다. MBC 역시 <뉴스데스크> 전체 31건(날씨 포함)의 리포트 중 7꼭지를 ‘브라질 4강전’ 뉴스로 채웠습니다. SBS <8뉴스> 또한 전체 33꼭지(날씨 포함)의 리포트 가운데 7꼭지를 ‘브라질 4강전’ 리포트에 할애했습니다.

‘브라질 4강전’ 리포트, 과연 적절한 편성이었나

‘브라질 4강전’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은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온갖 자질구레한’ 리포트를 메인뉴스에 7꼭지나 배치하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입니다. 백번을 양보해 만약 4강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승리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방송뉴스의 이런 배치와 구성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직 4강전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열리지도 않은 4강전을 앞두고 이렇게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동의하기 어렵더군요.

특히 이날(6일) 방송사들이 배치한 ‘브라질 4강전’ 리포트에는 ‘박지성 선수의 기를 받아 결승전으로 간다’는, 내용도 그렇지만 메인뉴스에서 다루기에는 다소 민망한(?)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번 보시죠. 6일 방송3사 축구 관련 리포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인터넷 다시보기를 기준으로 해서 방송 리포트 제목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9>
‘맨체스터 입성’ 태극전사, 사기 충전
기성용-구자철 “허리 싸움 걱정마요”
‘체력 바닥’ 홍명보호, 식이요법 활용
온두라스전에 드러난 브라질 약점은?
박주영 vs 네이마르, ‘결승 진출’ 열쇠
세계 최강 브라질, 英 꺾은 한국 부담
맨유 홈서 ‘박지성 기’ 받아 결승 간다

MBC <뉴스데스크>
‘결전의 날’ 성큼‥“브라질, 기다려라!”
홍명보호, 맨체스터 입성‥“새 역사 쓰겠다”
브라질전 ‘해결사’ 누구? 김보경, 박주영에 기대
부상·체력 소진 브라질戰 변수‥‘삼바군단’ 막을까
‘세계최강’ 브라질, 아킬레스건은? 
브라질戰, 맨유 홈구장에서‥인연이 승리로?
[집중취재] 축구 영국전 정밀분석‥조직적 수비 효율성↑

SBS <8뉴스>
홍명보호, 브라질 잡는다!…맨체스터 입성
브라질 감독 “한국, 마음 놓을 수 없는 상대”
축구 태극전사 필승 작전 ‘중원을 장악하라’
‘펠레 후계자’ 네이마르 묶어라…경기 해법은?
‘모래알 수비’ 틈새 보인다…삼바군단 약점은?
오재석-이범영 “골문 빈 자리 우리가 막는다”
박지성 투혼 서린 ‘올드 트래포드’ 기적 기원

아이템 공동회의를 한 듯한 천편일률적인 리포트

6일 KBS MBC SBS 메인뉴스 ‘축구 관련 리포트’를 자세히 보면 마치 3사 기자들이 ‘공동 편집회의’를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어차피 ‘4강전 전망’ 리포트이기 때문에 다소 내용이 비슷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이해를 합니다만, 전체적인 구성이나 흐름까지 비슷한 건 좀 지니치다 싶더군요.

한마디로 ‘태극전사 멘체스터 입성’ → 한국팀 필승작전 혹은 브라질전 해결사는 누구? → 브라질의 약점은? → ‘박지성 기’ 받아 결승가자 혹은 ‘박지성 투혼 서린 기적 기원’과 같은 흐름을 보인다는 것이죠.

정말로 방송사들이 공동 편집회의라도 한 것일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저는 이렇게 비슷한 리포트가 나오게 된 데에는 방송사들의 무리한 꼭지 늘리기가 주원인이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브라질 4강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으니까 관련된 내용은 일단 모아서 뉴스로 만들어보자는 ‘제작 편의주의’가 ‘비슷한 리포트 양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죠.

특히 어제(6일) 뉴스 중에서 가장 압권은 박지성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리포트입니다.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이 프리미어리그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인 올드트라포드에서 열리는 점에 착안해서 만든 리포트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박지성의 기’까지 메인뉴스 제목으로 등장시키는 것은 ‘뉴스의 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간단히 앵커 멘트정도로 처리하면 될 것을 별도 리포트까지 만들어서 내보내는 것도 과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한번 보시죠. 방송3사의 ‘박지성 관련 리포트’를 일부 요약합니다.

“박지성의 숨결이 배어있는 곳이어서 느낌이 좋습니다 … 박지성이 전성기를 구가하며 누볐던 경기장이기에 후배들은 대선배의 기를 받는 듯 합니다 … 박지성의 숨결이 느껴지는 이곳 올드 트래포드에서 한국축구가 결승까지 진출하길 기대해 봅니다.” (KBS ‘뉴스9’ <맨유 홈서 ‘박지성 기’ 받아 결승 간다>에서 인용)

“박지성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곳인 만큼 그 후배들에 대한 맨유팬들의 관심은 각별합니다. 모두 한국의 결승 진출을 응원해줄 든든한 후원자들입니다. (맨체스트 시민 인터뷰) ‘한국팀 매우 인상적입니다. 빠르고 볼 컨트롤 좋고 패스도 좋고 기술도 훌륭합니다.’” (MBC ‘뉴스데스크’ <‘꿈의 구장’에서 꿈을>에서 인용)

“우리 선수들은 박지성의 족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꿈의 무대에서 선전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오재석/올림픽 축구대표팀 수비수) : (브라질이) 세계 최강 선수들이지만, 박지성 선수의 혼이 담긴 올드 트래포드라면 저희한테 기적을 주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SBS ‘8뉴스’ <박지성 투혼의 땅 ‘올드 트래포드’>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