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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중앙일보의 NHK ‘칭찬’이 불편한 이유

[핫이슈]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우선이다

한국 언론의 ‘일본 칭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지진’ 발생 이후 일본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침착한 태도 때문입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일본 사회가 보여주는 이런 모습에 감동을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생존이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요. ‘나라면, 우리라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 이런 생각을 해봤을 때 ‘그들’에게 고개가 숙여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기만 살겠다고 발버둥 치지 않는 일본 사회’가 주는 감동이 그만큼 크게 다가오니까요. 우리 언론의 ‘일본 칭송’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앙일보, 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나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 언론의 일본 언론에 대한 ‘칭송’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화면을 피하고 차분하게 상황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겁니다.

오늘자(15일)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언급했듯이 일본 언론은 “불필요하게 공포를 조장하거나 과장되고 자극적인 내용의 보도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차분하고 냉정하게 객관적 상황을 전달함으로써 위기 극복의 정신을 살려내려” 하고 있죠. 아마 국내 언론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국내 언론의 일본 언론에 대한 ‘호의적 평가’를 충분히 이해하고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론 좀 불편한 느낌이 들더군요. 제가 보기에 일본 언론에 대한 ‘호의적 평가’는 우리 언론의 자기반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불필요하게 공포를 조장하거나 과장되고 자극적인 내용의 보도를 자제”한 일본 언론과 달리 ‘공포를 조장하는 쪽으로 보도를 하고 조금은 과장되면서 자극적인 내용을 보도한’ 자신들의 대한 반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의 ‘일본 언론 칭송’은, 제가 보기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 NHK 띄우기는 방송에 대한 공격용?

일본 언론 띄우기에 가장 앞장서는 언론은 중앙일보인 것 같습니다. 중앙일보는 지난 14일 “지진 규모나 피해 규모와 달리 일본은 무섭도록 냉정하고 침착하다”고 높이 평가한 데 이어 오늘(15일)은 10면에서 <유족 인터뷰 안 하고 시신 수습 멀리서 찍고 … 절제 돋보인 NHK>라며 또 한번 일본 언론의 보도태도를 높이 샀습니다.

뭐 충분히 이해합니다. 일본 언론이 보여주는 차분함과 객관적인 태도는 호평을 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중앙일보의 이 기사가 좀 불편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에서 NHK를 통해 국내 방송사를 질타하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잠깐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방송사들은 상대적으로 흥분된 어조, 주관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지적됐다. NHK 자문역을 맡기도 했던 선문대 이연(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국내 일부 뉴스에서는 ‘폭삭 무너지다’ ‘쑥대밭이 됐다’ ‘휘청거린다’ ‘가라앉는다’ 등의 자극적 표현을 써 일본 현지의 보도보다 오히려 흥분한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전문가 멘트를 인용하긴 했지만 중앙일보가 이 기사에서 의도하고 있는 바는 분명합니다. 일본 언론에 비해 국내 방송사들의 보도방식이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거죠.

중앙일보의 지적에는 온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국내 방송사들의 보도태도는 굳이 일본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평가받을 소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자극적인 음향을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마치 스포츠중계를 하듯 ‘사고당시 화면’을 반복적으로 편집해 보여주는 것도 문제가 있죠.

선정적 보도, 중앙일보는 과연 자유로운가

그런데 이런 지적에서 중앙일보는 과연 자유로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 3월12일자 중앙일보 1면 제목이 <일본 침몰>입니다.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가옥들이 물에 휩쓸려 가는 사진 오른쪽 위로 뽑혀 있는 이 제목은, 이번 일본 대지진과 관련해 제가 본 국내 언론보도 가운데 가장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그리고 무책임한 제목과 편집’이었습니다.

이 뿐인가요. 중앙일보는 지난 13일 인터넷판에서 “일본 대지진으로 한국기업 반사이익”이라는 보도를 일본어로 번역해 일본 포탈에 공급해 논란을 빚기도 했죠. 인터넷신문 <뷰스앤뉴스>는 이렇게 전하고 있네요.

“일본전문매체 <JP뉴스>는 ‘일본의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에 등록된 한 국내 일간지 기사가 일본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문제의 <중앙일보> 보도 파문을 상세히 전했다 … 기사를 본 일본인들은 정색하는 모습이다. 한국 기업들이 일시적으로 반사 이익을 볼 수는 있지만, 굳이 이를 분석해 일본 포털에까지 전송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또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수많은 희생자가 전망되는 이번 사태에 이런 식의 보도는 너무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제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중앙일보는 NHK의 차분한 보도를 ‘호평’하면서 ‘남’을 비난하기보다는 먼저 스스로에 대한 반성부터 하는 게 ‘옳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중앙일보에 대한 비판을 먼저 하면서 국내 다른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에 대해서 일침을 가했다면, 훨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텐데 … 중앙일보는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 채 국내 방송사 질타에만 앞장서고 있네요.

중앙일보 역시 선정적 보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사진(위)=경향신문 2011년 3월15일 사설>
<사진(두번째)=중앙일보 2011년 3월15일 10면>
<사진(세번째)=중앙일보 2011년 3월12일 1면>
<사진 (마지막)=인터넷신문 뷰스앤뉴스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