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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원전에 대한 ‘과민반응’ 과연 비난받을 일인가

[핫이슈] 원전의 안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 모든 언론의 관심은 원전입니다. 관심은 두 축으로 진행이 됩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방사능이 유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한 축이라면, 일본 원전 사태로 한국 원전의 안전성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우려하는 게 다른 한 축입니다.

그런데 ‘우리’ 언론의 보도태도는 제가 보기에 좀 이상합니다. 전자의 경우 그러니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능 유출 우려는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데 반해 후자인 한국 원전의 안전성은 불안심리 확산 차단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조중동은 사설 등을 통해 한국 원전 안전성에 대한 ‘루머’ 확산과 ‘과민반응’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원전에 대한 안전성 과신이 오히려 이상한 것

물론 근거 없는 루머와 이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을 차단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어제(15일) ‘일본 방사성 물질이 한국에 상륙한다’는 주장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된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데 이런 식의 근거 없는 주장이 SNS를 타고 ‘여론화’ 되기 시작하면 혼란만 부추길 수 있지요. 당연히 이런 사태가 초래되는 건 막아야합니다.

그런데 저는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듭니다. 원전에 대한 ‘과민반응’이 과연 비난만 받을 일인가 - 이런 생각 말이죠. 지금 원전에 대한 전세계인들의 공포가 얼마나 큰 지는 언론 보도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독일과 스위스가 원전 사업 재검토에 나섰고, 원전 건설을 고려하는 태국도 건설 계획을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세계 각 국이 원전 재검토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게 된 이유 - 물론 원전의 안전성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들 국가들의 원전 재검토 방침은 원전 자체에 대한 안전성보다는 ‘자연재해 앞에 100% 안전한 원전은 없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재검토 쪽으로 선회한 게 아닐까 하는.

오늘자 한겨레가 사설에서 언급했듯이 “세계 제일의 안전을 보장한다던 일본 원전들이 이번 지진으로 최악의 사태를 맞는” 모습을 보면서 각 국 정부 그리고 ‘다른 사회’ 시민들은 무슨 고민을 했을까요. 대자연 앞에 ‘100% 안전한 원전은 없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대자연’ 앞에 100% 안전한 원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국민이라고 이런 생각을 안했을 리는 없겠지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일부 언론 특히 조중동은 원전 안전에 대한 이런 우려와 걱정을 과민반응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에서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전국 70개소에서 방사능을 측정해 발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다”(동아 사설)고 강조하더니 “한국 원전은 규모 6.5~7.0 지진에 견디도록 설계됐으며, 대형 지진이 잦은 일본과 지질적 특성도 다르다”(중앙 사설)고 주장합니다. “현실적으로 원전 이외에 다른 대안도 없지 않냐’(중앙 사설)는 현실론을 가장한 ‘협박조’의 주장도 하더군요.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조중동의 결론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원전에 대한 공포를 차단하기 위해선 “원전이 어떻게 운영되고 원전 내 사고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분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탓이 큰”(조선 사설) 만큼 “국민이 불필요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부는 일본 지진과 원전 사고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알려 루머를 차단해야 한다”(동아 사설)고 강조합니다.

그러니까 원전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원전 공포를 막을 수 있고, 앞으로의 원전 건설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시킬 수 있다 - 이런 주장인 셈입니다.

일면 타당성이 있습니다. 정부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서 빚어지는 불안과 혼란도 분명 존재하니까요. 그런데 지금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는 게 문제의 핵심이 있습니다.

지금 가장 위험한 것은 ‘한국의 원전은 안전하다’는 맹목적 인식

원전이 아무리 안전하게 설계가 됐더라도 대지진과 쓰나미 등과 같은 자연재해 앞에선 소용이 없다는 인식 - 지금 사람들은 그런 우려와 걱정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원전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과연 제대로 공개할 지도 의문이지만) 국민들을 설득한다고 한들 그게 제대로 될까요. 심지어 MB정부는 지금 ‘한국은 지형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는데 이런 정부를 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의 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습니다. 현재 정부는 전력 생산의 35%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원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59%로 높이겠다고 밝혔는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이런 식의 원전 확대 방침이 온당한 지 면밀히 따져보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오늘(16일)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언급했듯이 “원전은 아무리 안전관리를 잘한다 하더라도 치명적인 위험성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다소 ‘과민반응’을 보인다 한들, 그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진(위)=2011년 3월16일 중앙일보 사설>
<사진(두번째)=2011년 3월16일 조선일보 B1면>
<사진(세번째)=2011년 3월16일 동아일보 사설>
<사진(네번째)=2011년 3월16일 한겨레 1면>
<사진(마지막)=2011년 3월16일 경향신문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