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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곰돌카페

MBC ‘나가수’ 논란, 언론과 대중의 책임은 없나

[곰돌카페] 대중과 언론 모두 ‘차분’했으면 좋겠다

MBC <나는 가수다>와 관련해 발언을 자제하려고 했습니다. 워낙 많은 분들이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하셨기 때문입니다. 굳이 저까지 나서서 숟가락 얹을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런 생각도 좀 들더군요.

그런데 27일 <나는 가수다>가 방송된 이후 여러 언론 보도와 ‘각종 글’들을 차분히 읽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뭐라 그럴까 … ‘나가수’ 논란에서 나와 우리들 그리고 언론의 책임은 없나,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가수’ 논란이 우리 사회 ‘쏠림 현상’의 극대화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언론과 대중 모두 ‘차분’했으면 …

다른 분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저는 <나는 가수다>가 첫 전파를 탄 이후 지금까지 ‘너무 재미있게’ 이 프로그램을 지켜봤습니다. 실력을 인정받는 가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가창력 대결을 벌이는 형식도 흥미로웠고, 정말 노래 잘하는 가수들의 ‘좋은 곡’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MBC <놀러와>가 ‘세시봉 효과’를 불러왔듯이 <나는 가수다>가 아이돌에 점령된 가요계에  일정한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겠다는, 다소 섣부른(?) 기대와 전망도 가졌습니다. 경쟁을 통한 방식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지만, 참여 가수들이 프로그램 취지에 동의했다면 별 문제가 안 된다고 봤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예능 프로그램’이니까요.

‘이렇게 노래 잘 부르는 가수들’을 데리고 가창력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참여자와 제작진 모두 진지하게 접근하는)이 대한민국에 하나쯤 있는 게 부끄러워 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 저 같은 경우 프로그램을 너무 진지하게 대하는 ‘그들’을 보면서 오히려 우려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7위로 선정된 김건모에게 재도전 기회를 주고, 김건모가 다시 이를 수용했을 때 저도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뭐랄까 … 박수치면서 ‘그’의 퇴장을 기뻐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저는 김건모가 노래를 못해서 7위를 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마찬가지로 정엽이 다른 가수들보다 가창력이 떨어져서 이번에 탈락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실 겁니다.

‘나가수’ 제작진이 짊어져야 할 몫 이상의 비난을 받은 건 아닐까

그래서 <나는 가수다>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저는 한편으론 그걸 이해하면서도 ‘과할 정도로 지나친 비판’을 가수와 제작진에게 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기사를 쏟아낸 언론들은 물론이고 일부 네티즌과 블로거들의 글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좋은 취지’를 가지고 이제 막 시작한 예능 프로그램을 언론과 대중들이 과도할 정도로 도마 위에 올려놓고 비판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솔직히 좀 우려가 되더군요. 방송계 주변을 11년 정도 취재해 본 입장에서 ‘이런 정도의 비판’은 프로그램 자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 마디 덧붙이면, 저는 이런 비판들 모두가 잘못됐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닙니다. 규칙이 무너진 데 대한 ‘대중들의 반감’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다만 그것이 너무 극도의 ‘쏠림 현상’으로 나타나면서 <나는 가수다> 제작진과 가수들이 짊어져야 할 ‘몫’ 이상으로 확산됐다는 걸 말하고 싶은 겁니다.

MBC와 중앙일보가 보여준 ‘오버’의 극치

때문에 저는 언론과 대중들이 조금은 차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가수들의 열정과 진정성 그리고 제작진의 의지를 믿고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봤으면 좋겠다는 얘기입니다.

MBC가 내린 조치 - 정말 어이가 없죠. 대중들은 제작진이 규칙을 어긴 것에 실망하고 ‘바로 잡을 것’을 요구했을 뿐인데 MBC는 담당PD 교체와 같은 ‘필요 이상의 극단적인 조치’를 내렸습니다. 오버의 극치를 보여줬다는 얘기죠.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 MBC로 하여금 ‘오판’을 하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 오버는 MBC가 했지만 오버를 하게끔 언론과 대중이 원인 제공을 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죠.

다시 강조하지만, 저는 언론과 대중이 조금 차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무원칙 방송’ 스스로 문책한 MBC>(중앙일보 3월24일자 사설)와 같은 ‘오버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설을 더 이상 보는 일도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위)=MBC '나는 가수다' MBC>
<사진(중간)=2011년 3월24일 한국일보 31면>
<사진(이래)=2011년 3월24일 중앙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