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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곰돌카페

이혁재 ‘방송복귀’를 보며 권상우 김지수를 떠올리다

[TV에세이] tvN ‘브런치’ 이혁재 출연 어떻게 볼 것인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연예인이 아침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에 복귀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해 신뢰하지 않는다. 언제나 정형화된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있고,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알린’ 다음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곁에서 어쩌면 자신보다 더 힘들었을 가족들의 고통에 대해 언급한다.

보통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참회의 진정성보다는 눈물과 마음고생에 맞장구를 쳐준다. ‘논란의 중심에 선 연예인’의 방송복귀는 그렇게 공식화 된다. 내가 문제(?) 연예인의 아침 프로그램 등장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tvN ‘브런치’ 이혁재를 택한 이유?

새로운 아침 토크 프로그램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tvN <브런치>(월화, 오전 10시)가 박칼린-이재오(특임장관)-성영자(보아 어머니)에 이어 개그맨 이혁재 씨를 네 번째 손님으로 초대했다. 갑자기 웬 이혁재?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폭행과 룸살롱, 여종업원 … 이런 단어가 연상되는 연예인을 새로운 아침 토크 프로그램을 표방한 <브런치>가 초대한 이유가 뭐지?


나만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닌 것 같다. 22일 방송된 <브런치>에서 백지연 씨는 초대 손님으로 나온 이혁재 씨에게 “‘브런치’ 입장에서도 (이혁재 씨) 섭외는 부담이었다”고 고백(?)했다. 백지연 씨가 “왜 ‘브런치’는 이 사람(이혁재)을 초대했을까”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면 아마 진행자와 패널들에게도 이혁재라는 인물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던 셈이다.

이혁재 본인 부담도 컸던 것 같다. 자신이 출연한 이후 아마 tvN 시청자게시판이나 댓글에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많아질 것을 우려했을 정도니까. 아니 본인이 출연을 결심했으면서도 출연 전날까지 ‘잠수를 타 버릴까’를 고민했다고 하니 심적 부담이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브런치’ … ‘미흡’하지만 이혁재를 나름 ‘정조준’하다

그래서일까. 이혁재를 초대 손님으로 섭외한 <브런치> 패널들은 이 씨를 손님으로 대접한다기보다는 약간 청문회 분위기를 풍겼다. 4명 패널 모두가 그랬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패널로 출연한 심영섭 영화평론가는 룸살롱에서 술값으로 150만원을 쓰는 이혁재를 꾸짖은 다음 “이혁재 씨는 너무 마초 스타일”이라며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배우 문정희는 방송 내내 남자들의 ‘룸살롱 문화’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는데 후반에 가서 “(폭행·룸살롱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혁재 씨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솔직히 중간에 이혁재 씨 아내를 전화로 연결하는 방식 그리고 ‘영상 편지’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전하는 방식은 감동보다는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룸살롱에 가기 전 아내에게 모두 ‘보고’를 하고, 현금까지 받는다는 이혁재 씨의 ‘증언’ 그리고 그것을 직접 확인해 준 와이프의 얘기 역시 부적절했다. 그것이 말 그대로 사실이라 해도 ‘문제의 연예인’이 시청자들과 일반 대중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다는 얘기다.

물론 꾸밈없는 솔직성에 방점을 찍겠다는 취지라면 이해할 수도 있지만 글쎄 … 난 그 부분을 보며 무언가 불편한 느낌을 계속 받았다. 그 불편한 느낌은 뭐랄까 … 논란의 중심에 선 연예인 아내 입장에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 같은 걸 느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 부분을 보는 내내 난 불편했다.

‘이혁재를 위한 변명’을 할 생각은 없지만 …

이혁재 씨의 방송출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 ‘자숙’하고 지낸 13개월이라는 기간이 이혁재 씨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까 - 이건 누구보다 본인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이혁재 씨 방송출연을 보면서 난 다른 연예인을 생각했다. 배우 권상우와 김지수. 두 사람은 모두 ‘음주 뺑소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지만 한 명은 ‘간단한 사과’로, 다른 한 명은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이 드라마에 출연했다. ‘범죄의 경중’으로 보면 룸살롱과 폭행보다 ‘음주 뺑소니’가 더 중죄 아닌가.

그런데 이혁재는 13개월이라는 기간을 침묵했고, 권상우와 김지수는 ‘최소한의 자숙기간’도 없이 TV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견 개그맨과 톱스타 배우라는 차이 때문일까. ‘이혁재를 위한 변명’을 할 생각은 없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보면 ‘그’는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