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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곰돌카페

‘드림하이’가 경계해야 할 두 가지

[TV에세이] ‘드림하이’ 1․2회에 대한 단상

연출 : 이응복
극본 : 박혜련
방송 : KBS 2TV 월화 저녁 9시55분

<드림하이>에 대한 초반 평가는 부정적입니다. 주연으로 출연한 아이돌 스타(이를테면 고혜미 역의 배수지)의 연기력 때문입니다.

블로거 ‘웅크린 감자’님은 배수지가 발연기의 새로운 본좌로 등극했을 정도로 연기력 논란을 빚었다고 혹평했고, ‘바람을 가르다’님 역시 배수지의 연기력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블로거들이 <드림하이> 출연진들, 특히 배수지의 연기력 문제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웅크린 감자’님의 비판이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 배수지의 연기는 매끄럽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전 <드림하이>에 대한 블로거들의 비판이 일정하게 타당성을 가진다고 봅니다.


연기력 논란보다 ‘립싱크’가 더 문제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배수지 본인은 이걸 모를까. 그렇지 않습니다. 지난달  27일 <드림하이> 제작발표회 때 배수지 스스로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첫 작품에서 주연을 맡아 걱정이다. 매일같이 연습 중인데  … 모든 면에서 부족하다. 그래서 선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하고 있다.”

이 말은 본인 스스로도 부족함을 알고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이돌 스타이긴 하지만 처음 하는 연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저는 아직 그 가능성에 더 방점을 찍고 싶네요. <드림하이>가 성장드라마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초반 <드림하이>를 보며 아쉬웠던 건 연기력이 아닌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드림하이>에서 연기자 출신은 송삼동 역의 김수현 정도일 뿐 나머지는 대부분 아이돌 출신이죠. 택연과 은정이 <신데렐라 언니>(KBS)와 <커피하우스>(SBS)에서 연기 경험이 있긴 하지만 아직 신인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가수 출신 주연급’들에 처음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기를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봅니다. (물론 기대는 할 수 있습니다.)

아이돌 출신들의 노래와 춤을 리얼하게 볼 수 없다?


그런데 연기력 논란은 일정 부분 이해할 수 있지만, 오디션 장면을 립싱크로 처리하는 부분은 솔직히 실망스럽더군요. 이 부분에 대한 글은 블로거 DUAI님의 글 ‘드림하이, 드라마 망친 수지-은정 립싱크 오디션’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연기에 대한 기대는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드림하이>의 주된 골자는 바로 자신들의 얘기, 즉 아이돌의 얘기인데 그 핵심인 오디션 장면을 립싱크로 처리하는 걸 보면서 ‘저건 정말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별출연한 소프라노 조수미와의 무대에서 ‘립싱크’를 한 배수지는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1회에서 기린예고 오디션 장에서 대중적인 노래를 배수지와 함은정이 립싱크로 처리한 건 좀체 이해가 안되더군요. 주연들을 제외하고 오디션에 참여해 ‘리얼한 노래와 춤 솜씨’를 보여준 ‘엑스트라’들이 더 빛이 났던 이유도 이 때문일 겁니다.

2회도 비슷합니다. 아이유의 오디션 장면 같은 경우 라이브를 그대로 살릴 수 있었으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아직 2회 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 이 부분은 좀 더 비중 있게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초반 연기력 논란을 ‘생생한 춤과 노래’로 일정하게 커버했다면 좀 더 주목을 받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아이돌 세계’의 리얼리티를 얼마나 구현할 것인가

앞으로 <드림하이>가 중반부로 갈수록 아이돌 배우들의 노래와 춤이 좀 더 비중있게 처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연기력을 검증받은 조연급 배우들도 <드림하이>를 뒷받침 하겠지요. 하지만 어찌됐든 아이돌 스타에 수준급 연기는 기대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가진 장점인 노래와 춤을 ‘리얼하게’ 볼 수 없다는 건, 비록 초반부이긴 하지만 <드림하이>가 가진 단점입니다. 이는 앞으로 <드림하이>가 극복해야 할 첫 번째 관건이 ‘아이돌 스타’다운 노래와 춤을 얼마나 리얼하게 보여줄 수 있느냐란 얘기이기도 합니다. 

<드림하이>가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아이돌 성공 신화’ 부분입니다. 만약 <드림하이>가 주연 배우들이 고난과 역경을 거쳐 성공한다는 식의 ‘뻔한 결론’으로 끝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드림하이>가 드라마가 아니라 엠넷의 ‘수퍼스타K’라면 각본 없는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지만 <드림하이>는 드라마입니다. 게다가 출연진들은 모두 성공한 아이돌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성공한 아이돌을 데리고 ‘아이돌 성공 신화’를 만들겠다? 이런 접근방식은 아이돌 인기에 편승하려 한 드라마라는 낙인만 남기고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현실에서 아이돌 성공신화를 접한 사람들이 현실보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드라마를 통해 무슨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저는 아이돌 성공신화 재현은 <드림하이>의 실패로 직결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때문에 저는 <드림하이>가 아이돌 세계를 좀 더 현실감 있게 천착해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시사고발프로그램처럼 아이돌 세계를 고발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성공한 아이돌 스타도 있지만 연습생들 모두가 아이돌 스타로 성공하는 게 아닌 것처럼 ‘그들’이 처한 현실과 상황을 가능한 ‘날 것’ 그대로 보여줬으면 합니다.  너무 성공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그들’의 진정한 고민이 무엇인지를 <드림하이>가 드러냈으면 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