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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포털에 대한 문제제기가 언론에서 사라진 이유

[핫이슈] 언론과 포털의 바람직한 상생관계에 관하여

1. ‘민중의소리’ 네이버 퇴출 건과 관련해

<민중의 소리>를 옹호할 생각이 없습니다. <민중의소리>가 네이버 검색어를 의식한 연예기사를 많이 써온 것은 사실이고, 이것으로 <민중의소리>가 ‘검색어장사’를 통해 재미를 봤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네이버 퇴출 사건이 있기 전부터 <민중의소리> 연예기사를 두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고, 이번 퇴출파문도 바로 그 ‘연예기사’에서 비롯됐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주목하고 싶습니다. <민중의소리>가 상당히 비중을 둬 왔던 사회적 약자 관련 기사를 두고 논란이 빚어진 게 아니라 예전부터 논란이 제기됐던 ‘연예기사’ 문제로 이번 논란이 부각 됐다는 점이죠.

그래서 <민중의 소리>가 연예기사를 쓰면 안 된다, 이걸 주장하려는 것이냐?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를 고민을 하고 있는 언론이라면 포털을 이용한 연예기사를 어떻게 쓸 것인가 - 이걸 고민 안하는 게 오히려 직무유기에 가깝습니다. 언론사 트래픽이 곧 광고매출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른바 ‘검색 어뷰징’을 의식한 기사를 양산하는 이유입니다. <민중의소리>도 이런 구조나 환경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민중의소리>만 그런 구조에서 100% 자유로울 것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민중의소리’ 연예기사는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민중의소리>가 처한 상황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것과는 별개로 저는 <민중의소리>가 '민중의소리'다운 연예기사를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고 봅니다. 연예기사의 상당부분이 네이버 검색어를 의식한 조회수 올리기 이상은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기왕 할 거면 새로운 관점이나 새로운 컬러를 보여주는 식이었으면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네이버 쪽에서 주장하는 ‘동일기사 반복전송’의 혐의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민중의소리> 네이버 퇴출 문제를 두고 일방적으로 네이버를 비난하는 여론이 일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2. ‘검색 어뷰징’과 관련한 책임론 - 네이버의 책임은 없나

그래서 <민중의소리>는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퇴출당해도 싸냐? 아닙니다.  언론사들이 조회수를 의식한 동일기사 재전송이나, 약간 재가공해 비슷한 기사들을 포털에 전송하는 건 분명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왜 발생했고 그리고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고민해 봤을 때 저는 민중의소리 책임만을 부각시키는 건,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검색어를 통한 뉴스 어뷰징’의 책임에서 네이버 역시 자유롭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뉴스 어뷰징’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 원인을 따져 들어가 보면 결국 네이버의 인기검색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기검색어를 겨냥해 언론사들이 ‘동일기사 반복전송’을 해왔고 이로 인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네이버가 메인 화면에서 인기검색어를 노출시키기 않으면 됩니다.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검색어를 겨냥한 언론사들의 ‘뉴스 어뷰징’ 문제는 일정 부분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뉴스 어뷰징’ 논란 … 포털의 책임이 더 크다

하지만 네이버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왜냐? 네이버 역시 검색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인기검색어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문제로 거론하고 있는, 이번 <민중의소리> 퇴출건의 직접적인 이유가 된, 언론사들의 ‘뉴스 어뷰징’을 네이버 스스로 조장해온 측면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리하면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 등이 이른바 언론의 연성기사를 양산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왔고, 이것이 결국 ‘뉴스 어뷰징’을 과도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혹자는 네이버가 인기 검색어를 메인에 배치해 놓더라도 언론사들이 정도를 지키면 되는 것 아니냐고 얘기를 합니다. 말은 맞지만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이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언론사들이 네이버 등 포털을 의식해 별 의미 없는 연예기사를 양산해 내는 행위를 변호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다만 언론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건 온당하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뉴스 어뷰징’에서 포털과 언론사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검색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네이버 책임이 더 크다는 생각입니다. 

3. 포털에 대한 언론의 공동대응이 어려운 이유

이런 문제들을 언론들은 모르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해결이 안되는 것이냐. 포털에 대한 문제제기 방식이 주로 포털로부터 ‘퇴출’ ‘아웃’ 됐을 때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민중의 소리> 네이버 퇴출 파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른바 ‘평상체제’ 때 언론의 인터넷 전략은 철저히 포털을 어떻게 이용할 것이냐에 맞춰져 있습니다. 콘텐츠 전략도 상당 부분 그런 쪽에 맞춰져 있죠. 그러다가 ‘포털과의 제휴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포털의 문제점을 거론합니다. 거의 모든 언론이 그렇습니다. 저 역시 현직에 있을 때 그랬기 때문에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반성할 부분’이 있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휴관계에서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면 기존 상황을 바꾸려는데 관심이 적죠. 물론 포털과의 ‘제휴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쪽은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보다는 인터넷매체나 신생매체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것은 포털로부터 ‘퇴출’ 또는 ‘아웃’되기 전까지 거의 대다수 언론은 포털과의 바람직한 관계설정보다는 ‘포털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무게중심을 둬 왔다는 점입니다. ‘언론의 공동대응’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휴관계에서 ‘퇴출’된 이후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론 공감대 얻지 못해

저는 결국 네이버의 과도한 점유율을 합리적인 방안으로 줄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의 ‘검색 레이더’에서 사라지게 되면 매체의 생존을 위협받아야 하는 ‘왜곡된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뉴스 어뷰징’ 논란은 물론이고 언론사의 선정적인 기사 양산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제휴사에 대한 네이버의 응징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언론사의 ‘뉴스 어뷰징’을 조장하고 있는 네이버의 ‘구조적인 문제’를 제어할 수 있는 사회적 수단을 우리는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죠.

네이버는 사기업이기 때문에 그건 부당한 간섭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할 분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뉴스 검색을 통한 사회적인 의제설정 능력에 있어 기존 언론사보다 대등하거나 더 높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사기업이지만 적어도 뉴스 검색을 통해 사회에 미치는 행위는 분명 ‘공적인 행위’죠. 공론의 대상이 충분히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을 강제로 끌어내릴 수는 없지요. 하지만 네이버가 이른바 ‘네이버 레이더망’에 있는 콘텐츠 위주로만 검색을 하고 있는 방식에 개선을 요구하는 식으로 ‘폐쇄성’을 극복시키는 방안은 고려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른바 검색 기능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네이버 레이더망’ 외부에 존재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사회적 환기를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거의 모든 언론들이 네이버의 기득권을 인정한 상태에서, ‘네이버의 검색 레이더망’ 안에서, 어떻게 최대한 조회수를 올릴 것이냐는 쪽에만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의 네이버 기득권’ 체제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일부 언론들’도(진보냐 보수냐에 상관없이) 이 문제는 외면하고 있습니다. 최근 포털에 대한 문제제기를 언론의 지면과 화면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사진 (맨위, 맨아래='민중의소리' 화면 캡쳐 / (중간)=네이버 화면 캡쳐>

※ 이 글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털과 언론 상생의 길은 없나’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