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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안철수 열풍’, ‘아프니까 청춘이다’ 성공과 닮았다

[핫이슈]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열풍의 원인을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이 안철수에 환호하는 것은)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교수의 책이 성공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한겨레와의 인터뷰(2011.9.5)에서 한 말이다. ‘아픈 시대와 공감하는 능력을 보여준 감성 접근에 젊은 세대가 환호’했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이것이 ‘안철수 현상’의 원인이자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의 평가와 전문가들의 전망은 그런 점에서 너무 앞서 있다. 안철수의 당선 가능성과 정치세력으로의 안착 가능성에 비중을 싣는 그들의 분석은 너무 ‘사회과학적’이다. 열풍의 원인은 ‘감성적’인데 열풍의 원인과 가능성을 진단하는 그들은 지나치게 ‘이성적’이다.

젊은 세대들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주목한 이유

이성적인 분석과 전망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안철수 신드롬’은 정책만으로 유권자들의 동의를 얻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마음을 잡기 위해선 감성이 바뀌어야 하는데 기존 정치권은 물론이고 진보진영도 대중의 마음을 잡는 데는 여전히 ‘아마추어’다. 분석과 전망 이전에 자신들에게 무엇이 부족한 지 성찰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현상’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밀리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 신드롬이 불던 때 출판전문가들의 그것과 묘하게 닮아 있다. 출판전문가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인문사회과학적인 성찰이 없다는 점을 들어 비판했는데, 이런 비판에 대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책은 완벽하다고 잘 팔리는 것이 아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세상에 대한 인문사회과학적인 성찰이 없다. 많은 출판인들이 그것을 들어 이 책을 비판했다. 그런 비판에는 지금 20대를 가르치려는 의도가 배어 있다. 하지만 지금 20대는 자신들이 처한 환경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그들이 세상의 아픔을 모른다고? 그들의 최저임금의 ‘알바’를 통해 세상의 잔혹함을 진즉 깨달았다. 자본의 잔혹함에 대해서도 너무 잘 안다. 따라서 이 책에 인문사회과학적인 성찰이 가득했다면 책은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시대의 흐름과 사회상을 정확하게 읽은 기획의 힘 때문에 팔려나가는 것이다.”

사회과학적인 분석이 아닌 공감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기호 소장의 이런 평가는 ‘안철수 열풍’을 분석하고 진단하는 지금 언론과 전문가들에게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안철수 열풍’에 대한 진단은 대부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평가와 전망도 ‘시대의 흐름과 사회상을 정확하게 읽어 내 공감을 표시할 줄 아는’ 안철수의 능력을 정확하게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물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금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현실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에 대해선 검증된 적이 없다. 물음표라는 얘기다. ‘국민적 멘토’로 있을 때의 평가와 그가 정치로 발을 옮긴 이후 대중과 언론의 평가가 180도로 달라질 수 있다는 변수도 존재한다. ‘정치인 안철수’는 여전히 모호하고 당분간 그럴 가능성이 높다. 언론과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와 평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와 우려 역시 모호하다는 점이다. ‘그들’의 분석과 전망은 냉정하고 이성적이지만 ‘안철수 열풍’이 어디까지 전개될 지 정확한 예측을 장담하긴 어렵다. ‘그들’의 분석과 전망 역시 물음표라는 얘기다.

강조하려는 건, 이것이다. ‘안철수 열풍’에서 주목할 부분은 사회과학적인 분석이 아닌 공감능력이라는 것. 교과서적인 얘기 같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세력으로 안착에 성공할 지는 ‘그’의 행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직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하지 않은 시점에서 안철수의 성공 여부까지 평가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다.

문제는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무공감능력’ ‘무감동’

명심하자. ‘그’가 민주당과 진보정당을 비롯한 야권단일후보 움직임에 어떤 입장을 밝힐 지 그리고 박원순 변호사와 ‘내부조율’을 어떻게 거칠 지, 구체적인 정책과 비전 등을 어떻게 제시할 지는 아직 나온 게 없다. 한나라당은 ‘아니올시다’라는 것 외에 분명하게 밝혀진 건 없다는 얘기다.

다만 ‘그’의 향후 행보를 평가할 때 유의해야 할 점 하나. 민주당과 진보정당과의 통합을 ‘유일한 대안’이라는 식의 요구와 주장은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도 과거 조직방식과 활동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과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통합문제를 두고 ‘논박’을 벌여온 진보정당들이 대중들에게 감동을 주진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안철수 교수’의 선택이 아니라 기존 정당들의 ‘무공감능력’ ‘무감동’이 문제라는 얘기다.

<사진(위)=중앙일보 2011년 9월3일자 1면>
<사진(아래)=한겨레 2011년 9월5일자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