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

[숫자로 본 한 주간] 강용석 의원 제명에 반대한 134명의 국회의원

이번 한 주는 ‘134’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성희롱 발언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무소속) 제명안이 국회에서 부결됐습니다. 국회는 지난 8월31일 본회의를 열어 강 의원 제명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쳤지만,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134명, 기권 6명, 무효 8명으로 부결됐습니다. 국회의원 제명안이 가결되기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198명)가 찬성을 해야 하는데 이 요건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번 부결 사태를 두고 국회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결과도 결과지만 과정에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방청객들을 퇴장시키고, 국회방송 생중계도 중단시킨 채 비공개로 표결을 진행했습니다. 한마디로 밀실에서 표결을 진행한 셈입니다. 아마 의원들도 공개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정치인들의 성희롱 역사

비공개로 했지만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왔습니다. 특히 김형오 전 국회의장 발언이 논란을 빚었는데요,  표결에 앞서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발언을 신청해 강용석 의원 ‘변론’에 나섰습니다. 김 의원은 “여러분 가운데 강 의원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 (1979년 국회에서 제명된) 김영삼 (신민당) 총재 징계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할 것이냐” 면서 “이 정도 일로 제명하면 우리 중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주장했습니다.

명백한 궤변이죠. 성희롱 의원을 민주화 운동을 하던 시절의 김영삼 전 대통령과 동급으로 처리를 한 셈인데, 제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라면 상당한 모욕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성희롱 역사’는 오래 됐더군요. 너무 많아서 ‘유명 정치인’만 간단히 추려봤는데요, 대표적으로 최연희 의원(무소속)이 있습니다. 최 의원은 2006년 한나라당 당직자와 동아일보 기자들과의 술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했습니다. “음식점 여주인으로 착각했다”는 변명이 정말 가관이었죠.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강 전 대표는 2006년 여성 국회의원과 여기자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당시 <문화일보> 연재소설 주인공인 ‘강안남자’ 조철봉이 섹스를 안 한다며 “하루에 세 번 하더니 한번은 해줘야지”라고 해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문제는 이런 분들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빼놓을 수 없죠. 김 지사는 지난 6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국표준협회 초청 최고경영자조찬회에서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따먹으려고 하는 것 아닙니까”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습니다. 역사상 나쁜 공직자의 비유를 들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했지만 김 지사는 나중에 여러 번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도 있습니다. 안 의원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0년 12월 걸그룹과 촬영을 한 뒤 “요즘 룸살롱에 가면 자연산을 더 찾는다”고 발언해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사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 2007년 8월 대선후보 시절에 일간지 편집국장과의 식사 자리에서 ‘마사지 걸’ 발언을 해서 논란을 빚었습니다.

‘동업자 의식’이 아니라 ‘공범 의식’이다

계속 가 볼까요.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도 있습니다. 정 의원은 2008년 유세현장에 인터뷰 하러 온 방송사 여기자의 볼을 쓰다듬어서 논란을 빚었습니다. 파문이 확산되니 “피곤해서 그랬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해서 더 많은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박계동 전 한나라당 의원은 2006년 3월 술집 여종업원의 가슴을 만지는 동영상이 유포돼 논란을 빚기도 했죠.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2004년 국정감사장에서 “성매매 특별법 시행으로 결혼 적령기에 있는 18살에서 30살 전후의 성인 남성들이 무려 12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질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정리하죠. 이번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의 ‘동업자 의식’이라고 비난을 하고 있죠. 그런데 저는 ‘동업자 의식’이 아니라 일종의 ‘공범의식’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위에서 언급한 사례 중에는 강용석 의원보다 더 심한 수준의 ‘성희롱’도 있거든요. 그런데도 의원직을 상실한 국회의원은 없습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이 정도 일로 제명하면 우리 중 남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주장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년이 총선이죠? 유권자들이 더 바빠질 것 같습니다.

<사진(위)=2011년 9월1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아래)=2011년 9월1일자 경향신문 10면>

※ 이 글은 2011년 9월3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