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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종편사 4개의 출범과 45개 언론노조의 총파업

[숫자로 본 한 주간] 45개 언론노조가 총파업 하는 이유

이번 한 주는 ‘45:4’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 ‘45:4’ … 이번 주 숫자는 상당히 특이한 것 같다.   

4개의 종합편성채널(TV조선, JTBC, 채널A, MBN)과 1개의 보도전문채널(뉴스Y)이 지난 1일 일제히 개국했습니다. 미디어업계 지각 변동이 예상되고 있는데, 종편을 둘러싼 논란도 점차 가열되고 있습니다. 종편사는 모두 4개인데, 종편 출범에 반대하는 언론사 노조의 수가 45개사에 달합니다. 이번 주 숫자를 ‘45:4’로 한 것도 이 때문인데요, 오늘은 종편 출범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 종편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것 같아요. 언론들의 평가도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죠.

그렇습니다. 일단 종편사들은 기존 방송사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콘텐츠를 통해 미디어 산업 전반에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출범 며칠 전부터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신문은 이런 점을 강조하면서 지면을 통해 대대적으로 자사 채널 및 프로그램 홍보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종편 출범은 곧 미디어빅뱅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사들을 제외하곤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 45개 언론사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것도 그런 우려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지난 1일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조중동방송’에 반대하는 뜻으로 1면 및 2면 광고를 싣지 않았습니다. 백지 상태로 내보냈죠. 국제신문과, 경남도민일보 등 일부 지역 일간지들도 신문 1면 하단에 백지광고를 게재했습니다. 대다수 언론은 종편이 보수·수구적 색깔의 조중동이 출자한 점을 들어 여론 편중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또한 각종 특혜로 출범한 종편이 건전한 경쟁보다는 미디어 업계 과당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아무래도 과당경쟁을 하게 되면 미디어 공공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겠죠. 45개 언론사 노조가 1일 총파업을 한 것도 이 점을 가장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 어쨌든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종편이 출범했는데 출발부터 이런 저런 말이 많네요.

그렇습니다.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우선 시험방송을 거의 하지 못한 채 개국했습니다. 방송 사상 초유의 일이죠. 왜 그랬느냐? 11월 중순이 돼서야 방송 스튜디오를 완공하고 제작 장비를 설치했기 때문입니다. 개국 이틀 전에야 채널 협상을 마무리 한 것도 삐걱거리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종편은 아니지만 연합뉴스 보도전문채널인 뉴스Y의 경우 1일부터 4시간 방송, 10시간 방송, 18시간 방송 등 단계적으로 방송한 뒤 19일부터 종일 방송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종편과 보도전문채널 출범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 편성 내용을 놓고도 논란이 벌어지고 있죠.

그렇습니다. 종편 채널들은 12월4일까지의 편성표만 구체적으로 확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개국 이틀 전에 채널 확정하고 시험 방송도 못한 상태에서 편성표도 제대로 확정하지 못했다는 얘기죠. 이런 종편을 굳이 무리하게 출범시키려 하는 MB정부의 의도가 참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더 큰 문제는 보수·친기업 편향이 우려되는 드라마와 교양 프로그램을 개국 특집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동아일보가 대주주인 채널A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50부작 드라마 <인간 박정희>를 내년 2월부터 방송할 예정입니다. ‘박정희 미화’ 우려와 함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삼은 드라마를 내보내는 게 온당하냐는 논란이 제기됩니다. 조선일보가 만든 종편 <TV조선>도 ‘기업가 열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인데, ‘대기업 총수 미화’ 논란이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습니다.

- 가장 염려되는 건 보도부문이죠.

그렇습니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은 조중동의 보수·수구적인 논조를 종편사들이 그대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종편사들은 방송 보도본부와 신문 편집국이 한 공간에 ‘통합’되는 통합뉴스룸 형식을 도입했는데요, 이는 조중동신문의 논조가 종편사에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여론 다양성 확대’라는 종편 출범 취지가 무색하다,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 어찌됐든 종편 출범으로 미디어환경이 황폐화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걱정이네요.

그렇습니다. 지금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각종 광고와 홍보비용을 요구하는 종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종편사들은 조중동 신문을 등에 업고 “1년에 100억을 달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광고시장에 일대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방송광고판매대행법도 없이 종편이 개국했기 때문에 종편사들이 직접 광고영업에 들어간 상황인데요, 때문에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결국 시민들이 종편의 여론왜곡과 편파적 보도를 감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디어렙법 제정을 포함해 올바른 언론을 지향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도 병행해야겠죠. 45개 언론사 노조가 총파업을 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뒀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총선이 내년 4월입니다. 이 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사진(위)=한겨레 2011년 12월2일자 1면>
<사진(중간)=한국일보 2011년 12월2일자 2면>
<사진(아래)=한국일보 2011년 12월2일자 1면>

※ 이 글은 2011년 12월3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