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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숫자로 본 한 주간

한나라당의 ‘새판 짜기’가 성공하려면

[숫자로 본 한 주간] 5개월 만에 사퇴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이번 한 주는 ‘5’를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지난 7월4일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대표로 당선된 이후 5개월여 만에 중도 하차했습니다. ‘5’는 홍준표 대표가 한나라당 대표로 재임한 기간을 말합니다. 오늘은 위기를 맞고 있는 한나라당과 향후 ‘한나라당 개혁’ 전망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홍 대표 사퇴는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 3명이 동반 사퇴하면서 분위기가 감지가 됐습니다. 최고위원 3명이 사퇴하면서 홍준표 대표 체제가 사실상 와해됐다는 평가가 많았거든요. 홍준표 대표가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내부 불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홍준표 퇴진은 한나라당 개혁의 시작일 뿐

결국 당연직 최고위원인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이 최고위원회의 ‘불참 압박’을 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이렇게 되면 최고위원회가 사실상 기능 정지가 됩니다. 홍 대표로서도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관심은 한나라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냐로 모아집니다. 왜냐하면 홍준표 대표의 퇴진은 단순히 당 지도부가 교체되는 걸 의미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내년 총선ㆍ대선을 겨냥한 여권의 ‘새판 짜기’와 맞물리면서 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나라당은 당분간 재창당, 신당창당 등을 둘러싼 논쟁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벌써부터 비상대책위원회나 재창당추진위원회 가동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새 지도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과도체제가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상당히 어수선한 상황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런 어수선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디도스 의혹’이 한나라당을 ‘재기불능’에 가까운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 것 같습니다.

박 전 대표는 ‘디도스 파문’ 이후 외부 일정조차 잡지 않은 채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에 대해 고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금 당내에서는 홍 대표가 물러나면서 비대위를 구성하고,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 비중 있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친박 진영은 다음주 쯤 박 전 대표가 현 상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쇄신 기회를 놓친 한나라당, 부메랑으로 돌아온 위기

핵심은 박 전 대표가 어떤 식으로 현 난국을 타개할 대안과 입장을 내놓느냐입니다. 이것에 따라 한나라당의 향후 상황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박 전 대표도 ‘뾰족한 해법’이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박 전 대표가 일정 부분 리더십을 발휘해서 현재의 난국을 수습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반MB·반한나라당 정서’가 가장 두드러진 곳이 수도권이거든요.

그런데 박 전 대표가 가장 취약한 곳 역시 수도권입니다. 만약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초라한 성적을 내면 박 전 대표 입장에선 대권 가도에 차질이 불가피합니다.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어떤 해법을 내놓을 것인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 전 대표로서도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이 난국을 수습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현재 한나라당 상황이 복잡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해법을 찾기 위한 출발 자체가 잘못됐다고 봅니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현재의 위기를 지도부나 특정인의 문제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데 방향을 전혀 잘못 잡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난국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지도부죠. 하지만 지도부만 책임진다고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현재의 한나라당 위기가 지도부만의 문제인가

홍준표 대표 퇴진과 한나라당 해산과 재창당을 주장했던 조전혁·전여옥·신지호 등 친이계 의원 10명만 해도 그동안 주요 사안마다 강경 대응을 주도하면서 현재의 한나라당을 만든 주인공들입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요구할 게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들이란 얘기죠. 계파에 상관없이 한나라당 의원들 모두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한나라당은 그동안 쇄신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지난 8월24일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됐을 때, 10·26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했을 때 한나라당은 자체적으로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두 번의 기회를 잘 활용했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는 오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쇄신은커녕 한미FTA를 날치기 처리하는 등 민심과는 정반대 기류로 정국을 이끌었거든요. 이런 일방적 정국운영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홍준표 대표가 사퇴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한나라당 개혁은 이제 시작이라는 얘기입니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당내 권력투쟁으로 치닫는 겁니다. 현재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 외에 대권주자들이 많거든요.

핵심은 박근혜 전 대표가 내놓을 정책과 인적 쇄신안

그런데 홍준표 대표 퇴진 이후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박 전 대표 쪽으로 힘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필연적으로 당내 권력투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쇄신이나 개혁은 물 건너 갈 가능성이 크죠. 결국 이런 우려와 당 안팎의 험난한 상황을 박근혜 전 대표가 어떻게 잠재우면서 개혁과 쇄신으로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위)=한국일보 2011년 12월10일자 3면>
<사진(중간)=한겨레 2011년 12월10일자 5면>
<사진(아래)=국민일보 2011년 12월10일자 3면>

※ 이 글은 2011년 12월10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