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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동아와 중앙일보가 노무현을 1면에 등장시킨 이유

[조간 이슈분석]  민주당 전당대회 의미를 '친노'에 가두려는 동아와 중앙

오늘 아침신문의 키워드는 ‘한명숙’ ‘친노’ ‘시민세력’ ‘노무현’ 등으로 요약된다. 대다수 조간들이 15일 개최된 민주통합당 전당대회 소식을 1면에 싣고 있다.

재밌는 건, 조간들의 시선이다. 정확히 말해 1면 기사 제목인데,  한명숙 전 총리가 대표로 선출됐는데도 '한명숙'이라는 이름보다 '친노' '노무현'이란 이름이 더 많이 보인다. 한명숙 대표가 전당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선 결과를 ‘친노의 부활’로 보는 일부 언론의 시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음에도, 언론은 '해석은 나의 자유'란 식의 보도를 쏟아냈다. 오늘(16일) 아침신문 1면 제목은 다음과 같다.

민주당 전당대회 의미를 '친노'와 '노무현'에 가두려는 언론들

<민주당 대표 한명숙 선출> (경향신문 1면)
<민주통합당 ‘친노’ 체제로> (국민일보 1면)
<4월 총선 ‘박근혜’ vs ‘노무현’ 구도로> (동아일보 1면)
<‘엄지’는 친노 택했다> (서울신문 1면)
<민주통합당 초대 대표 한명숙> (세계일보 1면)
<친노 부활 …초강성 야당 등장> (조선일보 1면)
<‘노무현’ 돌아오다> (중앙일보 1면)
<민주당 대표에 한명숙 … “공천혁명 이루겠다”> (한겨레 1면)
<친노․시민세력 전면에 등장> (한국일보 1면)

9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제목에 '한명숙'을 뽑은 곳은 3곳.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한겨레다. '친노'를 1면 제목에 올린 신문이 4곳. 국민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다.

오늘 조간들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다. 두 신문은 1면 제목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등장시켰는데 중앙일보 1면 제목이 <‘노무현’ 돌아오다>이고,  동아일보 <4월 총선 ‘박근혜’ vs ‘노무현’ 구도로>(1면)라는 제목을 뽑았다.  두 신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등장시킨 이유가 뭘까.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표현대로라면 "친노무현 인사들이 당을 접수했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명숙, 문성근 두 사람의 선전은 대중성 및 야권통합 운동에 힘입은 " 것이지만 친노 세력이 다시 정치적 전면에 등장했다는 건, 민주통합당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민주통합당이 쇄신과 혁명이 아니라 '도로 열린우리당'이 됐다는 식의 이미지를 덮어 씌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얘기다. '과거 친노의 전면 등장'을 강조함으로써 보수세력의 결집을 도모하고 2040세대의 민주통합당 지지를 일정하게 차단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말이다. 성한용 기자가 "한나라당이나 친여 언론이 민주통합당에 ‘친노 딱지 붙이기’나 ‘김대중-노무현 세력 이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동아와 중앙일보의 이런 의도가 먹힐 수 있을까. 가능성이 낮다. '헛발질'이라는 소리다. SBS <뿌리깊은 나무> 이도 식의 어법을 빌리면 "지랄하고 자빠졌네"라는 얘기다. 민주당 전당대회 의미를 '친노'와 '노무현'에 가두려는 이들의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이번 전당대회가 그런 식의 잣대로 설명이 될 만한 것인가.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아직도 '친노' 노무현'에 기대는 동아-중앙의 몸부림이 안쓰럽다.

이번 전당대회 사실상의 승자는 박영선 최고위원

이번 민주통합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에서 돌풍의 주역은 박영선 후보다. 1, 2, 3위를 차지한 한명숙 문성근 박영선 후보는 모두 모바일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그 중에서 특히 박영선 후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조직'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모바일 투표로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건, 시민사회 진영 대표로 최고위원 후보에 출마한 이학영 후보의 '낙선'이다. 민주통합당 출범이 구 민주당과 시민사회진영의 통합과 쇄신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낙선은 기존 정당의 조직표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투표가 기존 정당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건 분명하지만, 완전한 쇄신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은 이번 전당대회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 한계를 앞으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기존 정당들에 놓여진 과제다.

그런데 이런 의미와 한계는 짚지 못하고 '친노세력' '노무현'에만 골몰하는 동아와 중앙이라니 ... 기대도 하지 않았건만, 두 신문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