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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검찰 칼끝, 결국 '친이계' 핵심 겨누나

[이슈분석] 검찰의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신이 없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파문'과 관련, 최근 신문 지상에 오르내리는 이름을 파악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 아프다. 정리가 필요한 이유다.

오늘(12일) 아침신문만 봐도 많은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박희태’ ‘이재오’ ‘김효재’ ‘안병용’ ‘고명진’ 등등. 문제는 신문별로 '각개전투'를 하고 있어 '큰 그림'을 그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각 인물들이 어떤 고리로 연결돼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슈정리'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희태’ ‘이재오’ ‘김효재’ ‘안병용’ ‘고명진’의 공통점은 친이계

현재 신문지상에서 거론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모두 '친이계'라는 점이다. '돈 봉투 살포' 의혹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박희태 국회의장만 봐도 그렇다. 박 의장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돈 봉투 살포' 배후로 박희태 의장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을 유심히 살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수사가 박 의장을 향하고 있다는 건, 결국 친이계 핵심을 겨냥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관련해선 박희태와 이상득, 이명박 대통령은 거의 '한 몸'이란 얘기다.

검찰 수사가 친이계 핵심을 겨누고 있는 '정황'은 곳곳에서 파악된다. 오늘자(12일) 동아일보는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이 당 대표 후보였던 박희태 국회의장 측에 돈 봉투를 돌려준 뒤 고 의원에게 전화한 캠프 측 인사는 당시 박 후보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김효재 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김 수석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동아일보는 "김효재 수석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참고로 김효재 수석은 '친이 직계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안병용이라는 이름도 주목해야 한다. 안씨는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후보측의 서울 및 원외 조직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안씨는 당시 선거운동을 하면서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들에게 50만원씩을 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검찰이 11일 안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의 안병용 소환조사가 가지는 의미는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이 친이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안씨는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재오계이면서  ‘친이 마당발’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를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짐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검찰의 행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관심의 초점은 검찰의 행보다. 친이계 핵심을 겨냥하고 있는 검찰 수사가 의도하는 게 무엇이냐는 것이다.

관련해서 오늘 두 가지 언론보도가 눈길을 끈다. 모두 한국일보 기사다. 오늘자(12일) 한국일보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검찰 수사 착수 직후 돈봉투 전달자로 지목된 자신의 전 비서 고명진 모 의원 보좌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가 기사에서 언급한 수사상황은 검찰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외부로 알려질 수 없는 내용이다. 그만큼 구체적이고, 이는 검찰에서 확인해 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뒷받침 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검찰이 관련 내용을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친이계 핵심을 겨냥한 수사내용을 언론에 흘린다면 누구를 위한 것일까 - 판단은 각 자에게 맡긴다.

주목을 끈 다른 기사는 '한나라당 비대위가 2007년 대선 경선 의혹에는 모른체'로 일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의 돈 선거 의혹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를 외치고 있지만,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의 돈 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것.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모시고' 있는 비대위의 한계일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고승덕 의원이 친이계 후보로부터 현금 300만원 돈 봉투를 받았다고 폭로했을 때 한나라당 비대위는 즉각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홍준표 전 대표와 원희룡 전 최고위원이 제기한 2007년 대선후보 경선 의혹에 대해선 비대위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그런 점을 주목해 들여다 보면 현재 한나라당 비대위의 한계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다른 쪽'을 주목하면 '다른 해석'도 가능해진다.

이를 테면 검찰 수사와 비대위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 '지는 권력' 친이계를 치는 검찰과 '뜨는 권력' 박근혜와 비대위 행보가 비슷한 점이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그리고 '지는 권력'에 올인하는 검찰 행보가 전당대회 돈 봉투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는 민주통합당 입장에서 보면 나름 '다행스런' 일이다. 민주통합당도 따지고 보면 '뜨는 권력'이 아닌가. 이 모든 것의 중심에 검찰 수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