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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방송3사 뉴스보다 홍준표 의원이 더 낫다

[핫이슈] 삼호 주얼리호 ‘과잉 홍보’ 비판 못하는 방송뉴스

삼호 주얼리호 구출작전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작전 성공을 자신의 치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그것도 수긍 못할 건 없다. 정부가 ‘아덴만 마케팅’ 효과를 통해 수세적 정국을 탈피하려 한다는 의혹도 나왔지만 그것 역시 이해 못할 바 아니다. 어차피 ‘정치적 의도’를 갖고 시작한 구출 작전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번 구출작전의 세세한 내용과 동원된 장비, 작전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낱낱이 공개되고 있는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정부와 군의 ‘과잉 홍보’로 군사기밀이 낱낱이 까발리고 있는 것에 대한 언론의 ‘침묵’은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앞으로의 작전 수행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정부의 ‘오버 액션’을 그냥 지켜만 보고 있는 언론, 정부의 ‘과잉 홍보’를 한발 나서서 더 ‘과잉 홍보’ 해주고 있는 언론이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지금 언론 특히 방송3사 뉴스는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진 문제의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우려와 질타를 했건만 정작 언론은 입도 뻥끗 안 해

물론 이해한다. 이번 구출작전의 성공이 가진 의미와 특수성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기다렸다. 초반 ‘열풍’이 지나고 나면 정부의 ‘오버 액션’과 ‘과잉 홍보’를 지적하는 보도가 조금씩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번 작전의 장단점과 정부의 대응을 분석하는 보도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방송3사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과잉 홍보’ 질타가 나올 때까지 관련 리포트를 내보내지 않았다. 의원들이 질타하기 전에 방송사가 먼저 나서 정부와 군의 ‘오버 액션’을 지적했어야 했지만 방송3사는 일제히 ‘침묵’했다. 여야 의원들의 질타 이후 24일 저녁 MBC와 SBS가 메인뉴스에서 ‘살짝’ 이를 언급했을 뿐 여전히 방송사의 무게중심은 구출작전의 성공과 환희 쪽에 기울어져 있었다.

MBC와 SBS는 별도 리포트를 통해 언급이라도 했지만 ‘공영방송’ KBS는 여야 의원들의 ‘작전 공개’ 우려를 아예 메인뉴스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UDT 대원들의 수기에 방점을 찍고 ‘우리 군’의 용맹스런 모습을 극대화시키는 데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러니 ‘정권 홍보방송’ 논란이 제기되는 것이고, 이러니 ‘국군 방송’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의 문제제기와 언론의 ‘침묵’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말했다. “군사비밀이 적나라하게 텔레비전 화면에 비춰지고 작전 내용이 공개되는 것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군의 작전 내용은 홍보 수단이 아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가 말했다. “우리 군의 특수작전 방식이 공개되면 앞으로 구출작전을 하는 데 과연 도움이 되겠는가.”

국방부 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이 말했다. “우리의 작전술과 용맹스러움을 잘못 홍보하다가는 해적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우리의 전술 장비 성능을 노출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언론 특히 방송3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홍준표·이회창·김장수 의원이 말하는 이 정도 우려와 비판조차 먼저 말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집권 여당 의원들과 대표적 보수 정치인이 얘길 하고 나니 이를 ‘간단히’ 언급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군사 기밀을 정부와 군 그리고 언론이 나서서 ‘까발리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문제의식이라곤 전혀 없었다. 이슈 의제화를 통한 여론 환기?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공영방송’ KBS는 이 정도 리포트로 별도로 내보내지 못했다. 공영방송? KBS는 타이틀 바꾸는 게 좋겠다.

정부의 ‘언론 탄압’에도 침묵하는 언론

그래서 기대를 접었다. 정부가 삼호 주얼리호 선원에 대한 1차 작전 실패 사실을 보도한 부산일보와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대해 ‘강경 조치’로 나왔을 때 다른 언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 궁금했지만 기대를 접었다. 어차피 예상(?)을 빗나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정말(!) 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청와대가 24일 부산일보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기자실 출입정지 1개월을,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엔 각각 출입기자 등록 취소 결정했지만 방송3사의 24일 메인뉴스는 이 문제를 ‘조용히’ 넘어갔다. 국방부가 이들 3사에 대해 정부 모든 부처 기자실 출입을 제한과 보도자료 제공 중지 등 제재를 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의 이 같은 ‘보복조치’에 대한 언론의 대응은 역시 ‘침묵’이었다.

이 글의 제목을 <방송3사 뉴스보다 홍준표 의원이 훨씬 낫다>로 정했다. 말 그대로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방송3사 뉴스 아니 방송사 기자들보다 훨씬 낫다는 얘기다. 정부의 삼호 주얼리호 ‘과잉 홍보’ 비판도 못하는 방송뉴스가 뉴스인가. 그걸 언급도 하지 못하는 기자가 기자인가. 한국 언론과 언론인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