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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동아일보가 조국 교수를 비판한 이유

[핫이슈] 조국 교수는 보수진영이 보기에 매력적인 인물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진보 진영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아일보 홍찬식 수석논설위원이 1월26일자 ‘홍찬식 칼럼-조국 교수의 미래’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홍 위원은 ‘떠오르는’ 조국 교수를 비판하기 위해 이 칼럼을 썼지만, 결과적으로 이 칼럼은 ‘그’의 상품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조국 교수에 흠집을 내는 게 목적이었다면 이 칼럼은 실패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조국 교수를 일찌감치 주목한 동아일보

홍찬식 위원은 이 칼럼에서 조국 교수를 비판했지만 칼럼을 쓴 이유는 ‘조국 열풍’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조국 교수를 비판한 것 자체가 ‘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아들의 ‘부정 입학’ 소동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조국 교수가 보여준 민주당에 대한 강한 비판도 동아일보가 ‘그’를 주목한 이유가 된 것 같다. 홍 위원 칼럼의 많은 부분이 그 문제에 할애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다.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에 비판적인 진보 지식인은 많지만, 그 비판의 잣대를 진보진영에 엄격하게 들이댄 진보 지식인은 많지 않다. 젊은 세대 특히 트위터리언들이 ‘그’에게 열광했던 것도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정치적 입장이나 성향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비판하는 ‘그’의 분명한 원칙과 태도에 많은 이들이 호감을 가졌다는 얘기다. 

이런 ‘열광’은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진영도 조국 교수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사실 홍찬식 위원이 조국 교수를 비판했지만 이미 동아일보는 조국 교수를 차세대 리더로 꼽은 적이 있다. 2010년 5월 동아일보가 창간 5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을 발표했는데 이때 동아는 조국 교수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선정했다. 조국 교수의 상품성을 동아일보가 일찌감치 알아본 것이다.

보수진영이 보기에 상품성이 뛰어난 조국 교수


사실 조국 교수는 진보진영보다는 보수 진영 입장에서 봤을 때 더 매력적인 인물이다. 서울대 출신에, 유학까지 다녀왔고, 잘생긴 외모에, 강남에서 살고 있는 그의 화려한 이력과 경력이 이를 말해준다. 조국 교수의 경력만 놓고 보면 ‘그’는 분명 한국의 기득권 세력이다. 그런데 기득권세력이 되어야 할 ‘그’가 자신을 ‘강남좌파’로 규정하며 진보진영의 집권플랜을 얘기한다. 보수진영 입장에선 일단 ‘그’가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는 여야 정치권 구분 없이 비판을 해대고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할 말을 한다. 보수진영에서 보기엔 “진보진영에도 저런 인물이 있네” 하면서 나름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을 발표하면서 조국 교수를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선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상황이 좀 달라졌다. 젊은 세대의 폭발적 반응과 진보진영의 지지와 함께 보수진영에서도 호의적 평가가 나오면서 조국 교수의 ‘상품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권영빈 전 중앙일보 사장이 <진보집권플랜>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칼럼을 쓰고, 중앙일보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인터뷰를 내보내고, 조국 교수 인터뷰를 비중 있게 실은 것이 이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보수의 미묘한 차이 - 동아는 조국을 비판하지만 중앙은 주목한다

동아일보의 조국 비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조국 교수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치공학적’으로만 봤을 때 ‘그’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복하지 못한 ‘핸디캡’을 상당 부분 극복하고 있다. △서울대 출신에 유학파 △서울대 교수 △부산 출신 강남파라는 점은 한국 사회에서 보수기득권 세력이 갖춰야 할 필수 항목인데, 조국 교수는 이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다.

올해와 내년 굵직한 정치 일정과 현안들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보수진영이 보기에도 ‘매력적인’ 조국 교수의 상품성이 계속해서 부각되는 건 불편한 일이다. ‘그’가 자신의 화려한 이력과 경력에 걸맞게(?) 보수진영으로 넘어오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스스로를 ‘강남좌파’로 규정한 뒤 ‘강남좌파’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에서 버리다시피 한 강남을, 좌파라는 단어와 결합시키며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하게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조국 교수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조국의 힘’이다.

조국 교수의 경쟁력 - 착시현상? 아니면 …

동아의 조국 교수 비판은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수진영 내부의 조국 교수에 대한 호의적 흐름에도 제동을 거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동아일보를 비롯한 보수진영의 이 같은 ‘셈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여부다.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조국 교수는 충분히 경쟁력(진보진영+영남+서울대+강남+일부 보수진영)을 가지지만 정작 그에게는 결정적 요소가 한 가지 빠져 있다. 이 핵심 포인트를 보수진영은 주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 부분은 <집보집권플랜>에 대한 서평을 통해 언급하려고 한다.

<사진(위) = 동아일보 2011년 1월26일 30면>
<사진(중간)= 동아일보 2010년 5월10일 3면>
<사진(아래) = 중앙일보 2011년 1월20일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