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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이명박 대통령이 당분간 TV에서 ‘웃지 말아야’ 하는 이유

[핫이슈] 설 연휴에 생각해보는 구제역 그리고 MB정부

기록적인 한파와 물가,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까지. 저와 같은 서민들은 요즘 그야말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환한 웃음’으로 TV 앞에 나와서 ‘이런 것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 것’을 보니 숨이 막혀 오더군요.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설 연휴, 고향에 가신 분들이 많을 것 같으니 구제역으로 일단 좁혀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월1일 ‘방송 좌담회’에서도 확인됐지만 정부의 ‘구제역 대책’에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일단 밀려 있는 것 같고, 사후대책과 관련해서도 뾰족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도대체 이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기에 그렇습니다. 구제역 때문에 현재 매몰처분 된 가축이 30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지금쯤 가족들이 한 자리에 다 모였을 텐데요 구제역 얘기, 아마 한번쯤 다 하셨을 겁니다. 예년과 달리 올해 설 연휴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아마 구제역이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국제적 걱정거리로 떠오른 한국의 구제역, 정부는?

한국 구제역 파동은 이제 국제적인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전례없는 사태”라며 우려를 표명했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거죠.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한국의 구제역 발병 규모는 적어도 지난 50년간 목격하지 못한 수준”이라며 아시아 각국이 구제역 대응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식량농업기구는 한국에서 음력 설의 대규모 인구이동이 바이러스를 더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귀성을 포기하는 대신 해외여행에 나서는 사람이 증가한 것도 이런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설 연휴기간(2월1~6일) 인천공항 국제선 이용객이 지난해 설보다 13.9% 증가한 58만8902명으로 잠정집계 됐는데요, 그만큼 구제역 바이러스의 국제적 확산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특히 구제역 발생지역인 동남아시아 노선 예약률은 99%에 이르러, 구제역 대처를 더욱 어렵게 만들 거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얘길 하더군요. 정부가 고향 방문은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자제를 시키면서 정작 구제역 발생국가로 해외여행을 하는 것은 ‘방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구제역 파문이 설 연휴가 끝난 뒤에 더 확산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MB정부 정책우선 순위에서 구제역은 몇 번째인가

하지만 우리 정부 당국이 과연 구제역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을까요. 제가 보기엔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가 초기 대응 실패했다는 얘기는 이미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지적했죠. 그럼 지금이라도 늦었지만 사후 대책을 제대로 마련을 해야 구제역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정부 태도를 보면 여전히 미온적입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말로는 구제역 심각성을 얘기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겠다, 이러고 있지만 실제 정부 당국의 우선 순위는 구제역보다는 개헌론과 같은 ‘비민생분야’ 쪽으로 가 기울어져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입니다.

정책 우선순위에서만 그런가요. 정부 당국자들이 기본적으로 구제역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더군요. 그러니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는 거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구제역 파문이 마치 농민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인 것처럼 얘기를 해서 논란을 빚었죠. 그리고 이번 파문의 주무부서인 유정복 농림부 장관은 ‘과거 정부가 만들어 놓은 매뉴얼 때문’에 이번 구제역이 확산된 것처럼 발언을 해서 책임회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미 국립수의과학연구소 조사 결과 정부 초기대응 실패와 후속 대처 부실 때문에 구제역이 국가적 재앙수준으로 확산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은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합니다.

왜 자꾸 ‘누구 탓’만 하려고 하는가

유엔이 한국의 구제역을 재앙으로 ‘공인’했을 정도면 정말 ‘입 딱 닫고’ 사후대책에 전력을 해도 모자랄 판인데,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왜 이렇게 ‘누구 탓’만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구제역이 재앙수준으로 확대되더라도 ‘본인들’은 먹고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기록적인 한파와 물가,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까지. 저와 같은 서민들은 그야말로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환한 웃음’으로 TV 앞에 나와서 ‘이런 것들이 별거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 것’을 보니, 정말 숨이 막히는 것 같습니다. 물가안정과 민생대책, 구제역 차단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인데, 대통령은 과학비즈니스벨트 발언 등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개헌론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부모님 계신 곳에 오니 ‘여론의 반발’이 생각보다 거셉니다.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대통령님,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닙니다.

※ 이 글은 2011년 2월3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