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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정관용 교수님, ‘청와대 좌담’에 참여하지 마십시오

[핫이슈] ‘청와대 연출 기획’ 좌담회에 굳이 참여할 필요 있나요

정관용 교수님. 2월1일 청와대에서 진행될 이명박 대통령의 방송 좌담회에 참여하지 마십시오.

이번 ‘청와대 좌담’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손해 볼 게 없습니다. 이번 ‘좌담 중계’를 맡은 SBS와 한수진 앵커 역시 ‘피해’가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정관용 교수님은 잃을 게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SBS와 한수진 앵커에 비해 손해가 너무 막심합니다. 그러니 ‘청와대 좌담’에 참여하지 마십시오.

‘청와대 연출 기획’ 좌담에서 교수님의 자율성이 얼마나 확보될 수 있을까요

이번 좌담에 대한 세간의 평가, 교수님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오늘(1월31일) 신문을 한번 보세요. 정치적 성향을 떠나, 보수·진보 구분을 떠나 대다수 언론이 ‘청와대 좌담회’에 비판적입니다. 조중동부터 경향·한겨레까지 이번 좌담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고정애 기자는 ‘취재일기’(1월31일자)에서 이렇게 지적합니다.

“대담자인 패널 두 명을 정한 곳도, 대담 주제를 외교·안보와 경제에 국한한 곳도 청와대다. 장소도 청와대 본관으로 골랐다. 패널과 주제, 장소를 청와대 측이 정해 놓고 하는 이벤트성 행사에서 얼마나 진솔한 대화가 오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저는 교수님이 이런 비판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누구보다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진행됐던 ‘대통령과의 대화’가 논란이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거의 모든 것’을 청와대가 직접 나서 결정하진 않았습니다. 그만큼 이번 ‘좌담’이 이례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말입니다. 교수님, 이런 ‘좌담회’에 굳이 대담자로 참여해야 하나요. 참여하지 마십시오. 교수님이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에 해만 될 뿐입니다.

조중동도 비판적인 좌담회, 굳이 참석해야 하나요

아마 교수님은 청와대의 의도대로 좌담을 진행하지는 않겠다 - 이런 생각을 할 것 같습니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으로 믿습니다. 하지만 교수님 ‘의도대로’ 좌담이 그렇게 진행이 될까요. 저는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저만 그렇게 보는 게 아닙니다. 지난 2008년 9월에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의 첫 번째 ‘대통령과의 대화’에 전문가패널로 출연한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담자가 자율적으로 질문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주제와 내용의 가이드라인이 주어지면 그것을 뛰어넘는 질문을 하거나 반론을 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청와대가 초청한 청와대 행사에 가서 주최자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는 일이 될 것입니다. 90분간의 생방송이 결국에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내용이 될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저는 교수님의 생각과 의도와는 별개로 이번 좌담회가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가 지적한 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런 좌담회에 굳이 참여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번 좌담회가 ‘내용적 부실함’으로 인해 비난에 직면한다면, 그 비난은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니라 교수님으로 향하게 될 겁니다. 청와대 대신 비난의 화살을 맞을 이유 없습니다. 정관용 교수님, 이번 ‘청와대 좌담회’ 참여하지 마십시오.

방송3사 노조가 반발하는 좌담회, 참여 해야겠습니까

지상파 방송 3개사 노조가 ‘방송 중단’을 요구하면서 공동 대응에 나섰습니다. 시민사회단체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과 ‘진보개혁 언론’까지 이번 좌담회 문제점을 질타합니다. 이 모든 상황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번 좌담회가 어떻게 매듭이 지어질 것인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교수님, ‘청와대 좌담’에 참여하지 마십시오. 

정관용 교수님에 대한 신뢰,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수진 SBS 앵커에 대한 믿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과 한수진 앵커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SBS는 이번 대담 방송사이고 때문에 ‘SBS 누군가’는 대담자로 나서야 합니다. 한수진 앵커가 가진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다릅니다. 이번 좌담회에 굳이 참여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참여하지 않으면 받게 될 불이익’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번 좌담 참여로 불필요한 오해만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저는 교수님이 그런 상황에 처해지는 게 안타깝습니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를 자주 듣는 애청자로서 드리는 부탁입니다.

교수님 이번 ‘청와대 좌담회’에 참여하지 마십시오.

<사진 (위) = 중앙일보 1월31일 12면>
<사진 (중간) = 이명박 대통령
 KBS>
<사진 (아래) = 정관용 교수
 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