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거흔적/핫이슈

30대 기업 채용확대, 환영만 할 일은 아니다

[핫이슈] 설 연휴 생각해보는 뉴스 - 2011년 취업

지난 1월24일입니다. 대통령과 재계 총수와의 만남이 있었는데, 이 자리에서 기업들이 사상최대의 투자와 고용을 약속했습니다. 많은 언론이 이날 회동소식을 전하며 2011년 취업전선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계속되는 취업난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일단 기업들이 투자확대 방침을 밝혔기 때문에 30대 기업들의 고용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30대 그룹의 지난해 신규고용을 살펴보니까 10만 7천명 정도 됐더군요.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니, 올해는 이보다 10.2% 늘어난 11만 8천명을 새로 뽑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다. 일단 30대 기업의 신규인력이 늘어난다는 건, 전체 취업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에겐 다소 희망적인 뉴스임에 분명합니다.

30대 기업의 신규채용 증가, 전체 취업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그런데 30대 기업의 투자확대 및 신규채용 증가가 전체 취업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실제 클까요. 저는 이 점에 대해선 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30대 기업들이 채용하는 분야는 전문적인 분야에 국한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혹자는 채용 효과도 일부 연구직과 관련된 분야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지적을 하더군요.

물론 기본적으로 주요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하면 인력충원이 다양한 부서에 걸쳐 전반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은 30대 기업들의 신규채용 확대가 전체 취업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점이 분명 있다는 말입니다. 이걸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저는 이 이론적 가설을 현실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고 봅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좀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투자가 중소기업들의 경영난 악화는 물론이고 고용 불안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대기업들의 투자가 국내 중소 기업들이 이미 성과를 거둔 분야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결국 고용악화에도 영향을 준다는 거죠. 실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의 핵심 인력들을 대거 경력직으로 뽑아가면서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을 초래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대기업의 투자 확대가 중소기업 경영난을 가중시킨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들이 진출한 분야 위주로 사업진출을 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위험부담을 줄이는 차원이겠지요. 하지만 대기업들의 이 같은 전략이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입니다. 중소기업 영역이 대기업으로 흡수되면 일자리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감소할 수밖에 없죠. 이런 면에서 보면 30대 기업의 투자확대를 마냥 환영할 수많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정부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대ㆍ중소기업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키지 않았습니까. 이때 중소기업 적합 업종 등을 정비해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는데요, 문제는 강제성이 없다는 겁니다. 강제성이 없는데 대기업들이 자진해서 지킬까요. 그럴 가능성은 낮죠. 중소기업들이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10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전국 중소기업 273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최근 1년간 대기업의 신규업종 진출로 피해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이 78%에 달했다고 합니다. 현재 국회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고유영역을 명시해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10여건이나 계류돼 있는데, 일단 이것부터 빨리 통과를 시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강조하는 ‘동반성장’과 기업들이 외치는 ‘일자리 창출’ 구호가 실효성을 가지기 힘들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내용은 2011년 2월4일 오전 6시10분부터 7시 사이에 CBS FM(98.1MHz)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에서 방송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