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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보수단체 유족도 부담스러워한 조선일보 ‘북한 테러설’

[핫이슈] 조선일보는 깨끗하게 ‘정정보도’를 내보내야 

‘대북전단’을 살포한 보수단체 간부의 모친이 피살된 사건 - 다들 아실 겁니다. 지난 3월12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알려진 내용이죠. 대다수 언론이 피살된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중동’은 좀 달랐습니다. 초반부터 북한 사주에 의한 청부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보도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중앙과 동아가 살짝 꼬리를 내린 후에도 계속해서 ‘북한 테러’에 비중을 두며 기사를 내보냈죠. 저는 나름의 근거가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경찰이 어제(24일) ‘단순 강도’ 사건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밑도 끝도 없는 북한 테러 가능성 … 하지만 정정은 없다

사실 조선일보의 ‘오버’는 사건 발생 며칠 뒤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3월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는 ‘보수단체 간부’ 모친 손톱에서 작년 강도 용의자 DNA를 검출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때부터 경찰과 언론계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단순 강도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조선일보와 함께 ‘북한 테러’에 비중을 두며 보도했던 중앙과 동아일보가 국과수 발표 이후 사안 자체를 급격히 축소시킨 것이 당시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북한 테러’ 관련 증거는 하나도 나온 게 없고, ‘보수단체 간부’ 모친 손톱에서 강도 용의자 DNA가 검출됐다 - 동아와 중앙은 최소한의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것이죠.


그런데 조선일보는 국과수 발표 이후에도 ‘북한 테러 가능성’에 계속 비중을 뒀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23일 “보수단체 간부 어머니 피살사건과 관련해 40대 조선족이 용의자로 추정되고 있으며, 경찰이 청부 테러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는 내용을 사회면에서 대문짝만하게 내보냈죠. ‘고 장자연 씨 편지 파문’ 때 자신들이 그토록 신뢰했던 국과수의 발표였는데도 이번에는 조선일보의 신뢰를 전혀 얻지 못한 것 같습니다.

유족들도 ‘부담스러워한’ 조선일보의 ‘북한 테러설’

그런데 오늘(25일) 한국일보를 보면, 조선일보의 ‘오버’를 그냥 단순한 ‘오버’로 보기에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일보 김혜경 기자가 ‘기자의 눈’에서 언급한 내용인데요, 어머니 피살 소식이 알려진 지난 11일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추모(52)씨가 이렇게 얘길했다고 합니다.

“저는 (어머니의 죽음이) 테러로 부각되는 것이 조심스러워요. 경찰 조사를 전적으로 믿고 지켜볼 겁니다 … 단체가 워낙 강성이라 위협적인 전화를 받기도 했지만 가족을 위협하는 내용은 없었다. 애초에 부검도 안 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유족들은 테러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하지만 보수단체와 조선일보 등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북한 테러’ ‘북한 배후설’을 주장하며 이 사안을 한쪽으로 몰고 갔습니다.

유족들도 조심스러워 했고, 국과수 DNA 검출 결과까지 발표가 되면서 ‘단순 강도’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졌는데도 이들은 ‘북한 사주설’에 계속 무게중심을 실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정도 되면 ‘오판’이 아니라 ‘의도를 가지고 밀고 갔다’는 얘기가 됩니다. 어제(24일) 경찰이 이번 사건을 ‘단순 강도’로 결론을 내렸는데도 이들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는 듯 보입니다.

최소한 해당 기자 ‘교체’와 간부 ‘구두 경고’를 넘는 책임은 져야 … 

하지만 보수단체와 조선일보가 아무리 ‘우겨도’ 객관적 상황이란 게 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조선일보의 보도가 ‘오보’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가 가진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이런 ‘대형 오보’에 따른 책임은 좀 무겁게 져야 하는 게 온당하다고 보여지는데, 조선일보 기자들의 생각이 어떤 지 궁금합니다.

MBC가 <일밤-나는 가수다>와 관련해 김영희 PD를 교체하고 예능국장에게 구두경고를 했지요. ‘논란’을 빚은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방송사가 내린 조치가 이 정도인데, 조선일보의 이번 ‘대형 오보’는 이보다는 좀 더 강하게 내려져야 하지 않을까요. 최소한 해당 기자 ‘교체’와 간부 ‘구두 경고’ 정도 이상의 조치는 나와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국일보 김혜경 기자는 이번 사건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조선일보가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아 인용합니다.

“아무리 북한정권이 예측불허의 집단이고, 사건을 볼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긴 해야 하지만 현장증거도 없는 상황을 일부 보수단체와 언론들은 애써 무시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하는, 우리사회 일부의 비뚤어진 모습이 다시 드러난 사건이었다.”

<사진(위)=2011년 3월12일 조선일보 26면>
<사진(중간)=2011년 3월23일 조선일보 16면>
<사진(아래)=2011년 3월25일 한국일보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