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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SBS ‘장자연 특별취재팀’이 경계해야 할 것

[핫이슈] 조선일보에 대한 대응 차원은 곤란하다

SBS 기자들이 ‘장자연 특별취재팀’ 구성을 경영진에 요구했습니다. SBS 측이 기자들의 요구대로 ‘특별취재팀’을 구성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때문에 ‘특별취재팀’ 구성을 전제로 쓴 이 글은 다소 앞서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취재팀’ 구성이 무산되더라도 SBS 기자들에게 전해주고픈 말이 있습니다. ‘특별취재팀’ 구성 의지를 보인 SBS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에선 경계해야 할 ‘요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만약 조선일보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면 …

SBS가 ‘고 장자연 편지’ 보도를 한 이후 (위작으로 결론이 났지만) 조선일보는 ‘SBS 조지기’에 나선 것 같습니다. 최근 기자들에게 SBS와 관련한 정보, 특히 경영진과 관련한 문제점을 ‘수집’하라는 지시를 내린 정황이 여러 군데서 포착이 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들은 것도 있고, 이미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SBS 조지기’에 나선 배경을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든 SBS를 도마 위에 올려서 ‘난도질’을 하고 싶을 겁니다. ‘난도질’을 하고 싶다면 가장 아픈 부분을 겨냥해야겠지요. 경영진과 관련한 문제점이나 ‘SBS 지배구조’ 문제에 조선일보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인데, 저는 SBS 기자들의 ‘특별취재팀’ 구성 요구가 조선일보에 대한 대응 차원이 아니길 바랍니다. 아닐 겁니다. ‘빈 말’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시청자 사과와 책임 차원으로 이뤄진 (해임)인사가 진정성이 있으려면, ‘장자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끝까지 밝히겠다’는 시청자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정명원 SBS기자협회장의 말을 믿습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나은 보도를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보도국 차원의 논의조차 없이 외부의 압력과 눈치보기 때문에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 사회부장을 서둘러 전격적으로 인사조치 한 것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SBS기자협회의 성명서에도 공감합니다. ‘오보’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SBS가 보여준 대응은 ‘사태 조기진화’에만 급급했던 게 사실입니다.

‘장자연 사건 실체적 진실 규명’에 올인해 주길

믿고 공감하면서 굳이 의심의 눈초리를 세우는 이유가 무엇이냐, 이렇게 반문할 분들도 있을 듯 합니다. 이해합니다. 그냥 ‘환기’ 차원이라고 이해해주시길.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SBS 기자들의 ‘진정성’을 의심하진 않습니다.

다만 우려되는 대목은 있습니다. 조선일보 ‘의도’에 말려들지 말았으면 하는 겁니다. SBS ‘특별취재팀’ 구성 여부와 상관없이 조선일보는 SBS에 대한 비판기사를 내보낼 겁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시점을 조율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로선 ‘SBS 비판기사’를 게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저는 조선일보가 SBS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고 다른 언론들이 이를 이슈화 시키는 과정이 전개되면, SBS 기자들의 ‘초심’도 많이 흔들릴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도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장자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려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SBS vs 조선일보’ 대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보도가 지면과 화면에 등장하고, 그러다보면 ‘장자연 파문의 실체적 진실’은 뒷전이 되겠지요. 한 마디로 ‘최악의 상황’이 초래되는 거지요.

SBS 기자·PD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저는 SBS 기자들이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장자연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에 올인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다른 언론사들이 ‘SBS 비판’ 기사를 내보내더라도 그것에 영향을 받지 말았으면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악의적 의도가 가득한 오보’를 내보낸다면 대응을 해야겠지요. 허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일단 무시했으면 합니다.

혹시 비판 기사 중에 SBS 구성원들이 ‘새겨들어야 할 비판’이 있다면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그런 비판’은 SBS발전을 위해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나중에 SBS 구성원들이 ‘SBS 개혁’에 나설 때 참고하시면 되니까요.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SBS 보도국이 ‘장자연 편지’에 등장하는 유력 인사들에 대한 미공개 취재 내용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지난번 ‘오보’ 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는 SBS기자들의 ‘저력’을 한번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물론 그 전에 SBS 기자들의 바람대로 ‘SBS 장자연 특별취재팀’이 구성돼야겠지요. 제가 SBS 기자·PD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이유입니다.

<사진(위)=2011년 3월16일 '8뉴스' 화면캡쳐>
<사진(중간)=2011년 3월17일 경향신문 15면>
<사진(아래)=2011년 3월17일 한겨레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