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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한나라 내분은 ‘수도권 vs 영남’ 대결

[핫이슈] 4월 총선 셈법이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

명분을 걷어내고 ‘현실 논리’를 적용하면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정확히 보인다. 재창당이냐 리모델링 수준의 개혁이냐를 두고 말들이 많지만, 현재 한나라당 내분 사태는 내년 4월 총선 셈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위기의식을 느끼는 수도권 출신 의원들과 별다른 위기의식이 없는 영남 출신 의원들 간의 갈등이라는 얘기다.

수도권 출신 의원들 “현재의 한나라당으로 내년 총선 어렵다”

한나라당 쇄신파들은 현재의 한나라당 간판을 가지고선 내년 4월 총선 패배는 자명하다는 입장이다. 쇄신파들이 재창당과 같은 혁신적인 방식을 주문하는 것도 ‘반한나라당·반MB 정서’가 강한 수도권 여론을 감안했다는 게 대략적인 분석이다.

현재 한나라당에서 재창당을 요구하고 있는 의원들은 주로 쇄신파 의원들이다. 쇄신파는 남경필(수원팔달), 김성식(관악갑), 정두언(서대문을), 정태근(성북갑), 권영진(노원을) 등 수도권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정책 변화가 있어도 수도권에서는 한나라당 이름을 걸고는 메신저 거부 현상 때문에 당선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재창당이 어려울 경우 ‘이대로 같이 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꽤 있다”고 경고한 정두언 의원의 발언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쇄신파들이 ‘재창당’과 외부인사 수혈을 통해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혁명적 수준’의 개혁을 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을 외면하는 수도권 민심을 되돌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현재 신주류로 떠오른 친박계 의원들은 영남권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반한나라·반MB정서’가 형성되더라도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위협하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현재의 한나라당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에서 부분적인 개혁 정도만 해도 내년 4월 총선에서 충분히 당선 가능하다는 게 이들 의원들의 계산이다.

친박계 중심 영남권 의원들은 상대적으로 위기의식 없어

한나라당 내에선 탈당을 선언한 정태근 김성식 의원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이들도 많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이들이 두 의원의 탈당 선언을 “내년 총선에서 당내 공천을 받는다 해도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평가절하 한 것도 따지고 보면 ‘현실적인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정두언 의원과 김성식 의원의 지역구는 각각 서울 성북 갑과 관악 갑이다. 서울에서도 특히 반 한나라당 정서가 가장 강한 지역들이다. 이들 지역구 출신들이 느끼는 ‘반한나라 체감도’와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 출신 의원들이 느끼는 ‘반한나라 체감도’는 필연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

쉽게 말해 한나라당 내 수도권 출신 의원들과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 출신 의원들간 ‘2012년 4월 총선 생존법’이 다르다는 얘기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1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내 영남권 의원들은 현재의 반한나라 분위기가 지속되더라도 내년 4월 총선에서 낙선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의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내년 4월 총선’의 셈법 차이에 따른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권발 정계개편으로 이어질까

관심은 여권 발 정계개편이 실제 이뤄질 것인가 여부다. 정태근 김성식 두 의원의 탈당이 실제 이뤄지면 탈당 도미노 현상과 분당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여권 발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되는 것이다.

실제 한나라당 권영진·김용태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 의원 2, 3명도 추가 탈당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박근혜 전 대표로서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계속 ‘침묵 정치’로 일관하다간 현재의 한나라당이 분열되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영남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나라당 분열’과 ‘4월 총선 패배’라는 결과가 박근혜 전 대표 앞에 놓일 경우 어떻게 될까. 실제 그것이 현실화 되면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지적한 것처럼 박 전 대표는 2012년 대선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현재 한나라당 내분 사태가 여권 발 정계개편 여부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사진(위)=한국일보 2011년 12월14일자 4면>
<사진(아래)=한겨레 2011년 12월14일자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