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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핫이슈

'모바일 투표'에 대한 조선·중앙의 두려움

[조간 이슈분석] MB와 한나라당 '물어뜯는' 동아일보

오늘 아침신문들의 키워드는 한나라당, 박희태, 돈 봉투 등과 같은 단어로 요약된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8일 서울중앙지검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에게 돈봉투를 준 사건은 2008년 7·3 전당대회였고, 돈을 건넨 당 대표 후보는 박희태 현 국회의장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후보들로부터 금품을 받은 다른 의원들이 있는지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또한 2010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MB와 한나라당을 '물어뜯는' 동아와 채널A

오늘 거의 대다수 조간들이 이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아침신문들이 전하는 1면 '풍경'은 다음과 같다.

<“박희태 측이 보냈다” 고승덕, 검찰서 진술>(경향신문 1면)
<박희태 캠프, 2008 전대때 서울 당협에도 2000만원 선달 시도>(동아일보 1면)
<고승덕 “박희태측 돈봉투 전달”>(서울신문 1면)
<“박희태측이 돈봉투 건넸다”>(세계일보 1면)
<“돈봉투 보낸 사람은 박희태”>(조선일보 1면)
<고승덕 “박희태쪽 인사가 돈봉투 건네”>(한겨레 1면)
<“박희태측 인사가 돈봉투 전달”>(한국일보 1면)

오늘자(9일) 조간 중에서 국민일보와 중앙일보만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관련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지 않았다. 국민일보는 1면에 아예 관련 기사가 없고, 중앙일보는 <수상한 정치 테마주 적자에도 주가 급등>이라는 기사를 머리기사로 올렸다.

눈길을 끄는 건 동아일보다. 동아일보는 오늘자(9일) 1면에서 "2008년 7·3 한나라당 전당대회 때 박희태 후보 측의 서울 및 원외조직을 책임졌던 A 당협위원장이 서울지역 30개 당협 사무국장에게 50만 원씩을 돌리도록 소속 구의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추가적인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고승덕 의원이 지난 3일 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 채널A 시사토크 프로그램 <박종진의 쾌도난마>를 통해 돈 의혹을 제기한 이후 파문이 확산된 점을 고려했을 때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 동아일보인 셈이다.

각종 특혜로 얼룩진 종편을 허가해 주고 '정치적 반사이익'을 기대한 MB정부와 한나라당(특히 친이계)으로선 당혹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오늘 아침 동아일보를 집어든 MB와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 궁금한 대목이다.

각설하고.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구의원들은 그 자리에서는 돈을 받았으나 그날 오후 A 위원장을 찾아가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돈을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위원장은 당시 박희태 후보 캠프에서 전국 원외지역 조직을 주로 담당했으며, 친이계 핵심 의원의 측근으로 불린 인물이다. A 위원장은 박 후보가 당대표로 선출된 이후 주요 당직에 임명됐으며, 2010년 전대 때는 안상수 후보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보도에 대해 해당 A 위원장은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제기한 의혹이 매우 구체적이라는 점에서 파문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투표'가 가져올 한국 정치 '판과 구조의 변화'

대다수 조간들이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을 주목하고 있지만 또 하나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모바일 투표'다. 한나라당 돈 봉투 파문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국 정당정치의 일대 변혁을 예고하고 있는 파괴력이 큰 사안이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통합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 참여할 선거인단이 79만명을 넘어서면서 '모바일 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자발적 참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역대 최대 규모 선거인단이다.

경향신문은 이들 선거인단이 세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바일’과 ‘2030’, ‘수도권’이다. 전체 신청자 중 모바일 투표 방법을 선택한 선거인단이 88.4%를 기록했는데 이는 79만 명 중 64만 명이 일반 시민이라는 얘기다. 대표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막판 표심 붙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모바일 투표'를 가장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곳은 경향신문이다. 경향은 오늘자(9일) 사설에서 "이번 열기는 ‘흥행 대박’이라는 민주통합당 차원의 평가를 넘어 시민들의 참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정치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하다"면서 " 선거인단의 계층적 구성 변화는 여야를 떠나 갈수록 노령화하고, 지역화하며, 소수화하는 정당정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시금석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사실 이런 의미 외에 '모바일 투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모바일 투표'가 가져올 한국 정치 '판과 구조'의 변화다.

조선 "한나라당은 '모바일 투표'에 대비해야 한다"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바일 선거인단은 대면 접촉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아 돈 선거의 공간을 없앴고" "당 조직이 우세한 후보보다 민심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을 키움으로써 당심과 민심의 간극을 메울 수 있게 됐다."

또한 "한나라당의 ‘돈봉투 전대’ 파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모바일 전대’는 돈 선거를 차단할 수 있는 대안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모바일 투표'가 현재 정당정치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이라고 할 순 없지만 수정 보완을 통해 확대해 나가야 하는 이유다.

'모바일 투표'의 파괴력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중앙일보는 3면 전면을 할애하면서 '모바일 투표'의 위력에 대해 조명했고, 사설에서도 '모바일 투표'의 장단점을 조명했다.

하지만 오늘(9일) '모바일 투표'와 관련해선 조선일보 사설이 압권이다.  조선일보는 그것이 가지는 파괴력에 대한 두려움을 숨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은 <한나라는 '모바일 투표 파도' 어떻게 넘나>라는 사설에서 "한나라당 내에서도 앞으로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를 어떻게 도입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며 "당장 올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부터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선은 "한나라당은 야당이 재미를 봤다고 같은 방식을 덜컥 받아들이기도 곤란한 처지"라면서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제시했다. 조금 길게 인용한다.

조선의 '특명' - 친야 성향의 진입을 막아라!

"최근 400만명까지 늘어난 SNS 사용자들은 친야(親野) 성향이 압도적이다. 민주통합당 경선에선 모바일 투표를 하는 국민 선거인단 비중이 50%를 넘어서 실질적 결정권을 행사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경선에 당 정체성과 거리가 먼 유권자들이 대거 모바일 투표에 참여해 입맛에 맞는 후보에 투표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한나라당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당원이 많아야 10만명이 채 안 되는데 반(反)한나라당 성향의 '파워 트위터리안'에게 20만~30만명의 팔로어가 따라다니는 SNS 공간의 현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조선일보의 고민은 시대적 대세가 된 '모바일 투표'를 거부할 수는 없으나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을, 한나라당 처지에 맞는 모바일 투표 방식이 무엇일지 고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말은 부드럽게 하고 있지만 핵심을 추리면 '모바일 투표시 친야 성향의 유권자를 막아라'는 얘기다. 돈 봉투 파문 때문에 정신없을 한나라당을 위한 '진정한 충고'인 셈인데, 조선일보의 충고가 제대로 먹힐 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