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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곰돌카페

강용석의 ‘개콘 일침’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

[캡처에세이] 700회 특집, 최효종 국회 모욕죄 고소 강씨 등장… 풍자·해학 사라져 가는 ‘개그콘서트’

“’개콘’(개그콘서트)에 할 말 많다. 특히 최효종 많이 띄워줬는데 요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6월9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 700회 특집에서 강용석 변호사가 개그맨 최효종에게 한 충고다. 이날 강용석 변호사의 ‘개콘’ 등장은 이례적이다. ‘개콘’과 강용석 변호사는 악연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강용석 변호사는 과거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11년 11월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 집단 모욕죄로 고소했다. 당시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였던 ‘사마귀 유치원’에서 최효종이 국회의원을 비판·풍자한 것을 문제 삼았던 것. 이후 강 변호사는 고소를 취하했지만 당시 그는 ‘개그맨 고소 국회의원’이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거머쥐며(?)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그런 ‘그’가 <개그콘서트> 700회 방송에 등장해 ‘개콘’을 응원했다. ‘개콘’의 포용력을 칭찬할 수도 있지만 칭찬만 하기엔 <개그콘서트> 최근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사마귀 유치원’의 해학과 풍자는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으며, 시사적인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돌직구를 던졌던 ‘동혁이형’의 모습도 자취를 감췄다. 남성들의 인권을 보장해달라며 현실 속 에피소드를 역으로 풍자하면서 웃음을 줬던 ‘남보원’ 같은 코너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개그콘서트>가 예전만큼의 풍자와 해학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요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는 강용석 변호사의 ‘촌평’은 최효종을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개그콘서트>를 향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정치풍자’ ‘시사예능’의 전성기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지상파는 예외다. 과거 KBS <개그콘서트>가 그런 흐름을 주도한 적이 있었지만 최근엔 tvN <SNL코리아>와 JTBC <썰전>에 그 자리를 내줬다.
 
JTBC <썰전>팀이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등장해 <개그콘서트>를 향해 날린 ‘촌평’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 변호사의 얘기를 덕담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덕담으로만 보기에는 최근 <개그콘서트>의 웃음과 풍자가 예전만큼 날카롭지도, 자연스럽지도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요즘 ‘개콘’이 권력자에 대한 풍자보다 약자에 대한 풍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우려하기까지 한다.  
 
물론 일각에선 강용석 변호사를 이런 식으로 지상파에 ‘무혈입성’을 시켜도 되냐는 반론도 제기된다. 타당한 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문제에 대한 찬반논쟁은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개그콘서트>에 등장할 정도로 강용석의 ‘인기’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이다. 혹자는 요즘 <개그콘서트>가 강용석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만도 못하다는 혹평까지 제기한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정치시사풍자’에 방점을 찍은 <썰전>과 해학과 풍자가 사라진 <개그콘서트>의 역전된 상황에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은 <개그콘서트>의 인기가 여전히 강세지만, 종편이 지금처럼 지상파가 다루지 못하는 정치시사예능 영역을 계속 확장할 경우 몇 년 뒤 판세는 예측불허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개그콘서트>가 이처럼 장수할 수 있기까지는 개그맨과 제작진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700회 방송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아야 할 일이다.

하지만 “’개콘’에 할 말 많다. 요즘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다”는 강용석 변호사의 일침은 어쩌면 풍자와 해학이 사라져 가는 KBS <개그콘서트> 최근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지도 모른다. 700회 특집 <개그콘서트>를 보면서 ‘과거 코너’에 대한 향수를 느꼈던 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기사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9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