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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곰돌카페

진중권의 JTBC 출연이 찜찜한 이유

[캡처에세이] “좀 달라보인다”라지만, ‘특혜로비’ 종편4사 비밀회동 보며 성급한 출연 결정 아닐까?

“종편3사 중에서 솔직히 여기서 이런 얘기 하는 건 좀 뭐한데, 다른 두 곳(TV조선·채널A)은 제가 봐주기 민망하더라. 약간 격이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이. JTBC 같은 경우는 방향이 좀 달라 보인다는 측면이 있었다.”

13일 JTBC <임백천 김윤선의 뉴스콘서트>에 출연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한 말이다. 진 교수는 그동안 ‘종편에는 출연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의 종편 출연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진 교수는 ‘(종편 출연 쪽으로) 마음을 바꾸게 된 동기가 있느냐’라는 임백천 씨 질문에 △JTBC가 TV조선과 채널A와는 ‘차별화’된 노선을 걷고 있고 △JTBC가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진 교수는 “우리 사회는 사실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의 문제”라면서 “진보든 보수든 자기 생각을 갖는데,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타당할 수 있게 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JTBC가 그런 방향으로 틀었다면 (방송에) 나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JTBC가 중도적인 방송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면서 “기본적으로 보수성이 있을 텐데, 중요한 것은 그 보수성이 어떤 보수성이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들을 사용해서 표출되는 보수성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의 말대로 JTBC는 TV조선이나 채널A와는 상대적으로 차별화 된 노선을 걸어왔다. TV조선과 채널A가 ‘극우인사’들을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며 ‘막말방송’ 논란에 휩싸일 때 JTBC는 진보진영 인사를 프로그램에 등장시켰다. <썰전>에선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아직 보도부문에서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지만, 최근 JTBC는 손석희 사장을 중심으로 TF 등을 구성해 변화를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저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JTBC의 차별화 전략에 눈길이 가는 건 분명하다.

일각에선 진 교수의 JTBC 고정출연을 두고 ‘변절’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한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엄밀히 말해 ‘너무 나간’ 측면이 있다. 진 교수가 ‘종편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 분명하지만 그의 종편 출연에 대한 입장은 유연한 편이었다.

TV조선 개국 뉴스에 앵커로 출연했던 김연아와 MBN 개국을 축하메시지를 보낸 안철수 의원이 뭇매를 맞을 때 그는 “안철수니, 김연아니, 사람들 줄 좀 세우지 마세요.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른 건데. 거기에 으레 하는 인사 좀 했다고 적으로 만드나요? 그게 더 위험한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또 소설가 공지영 씨가 김연아의 TV조선 출연을 비판했을 때도 “정봉주, 종편 출연하려다가 출연거부로 입장번복. 대놓고 당파적인 정봉주도 종편 출연을 가능한 옵션으로 생각했는데, 정치와 무관한 김연아의 출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말하는 이들. 대체 무슨 생각일까? 정말 궁금하다”는 의견을 자신의 트위터에 남기기도 했다.

본인의 ‘종편 출연거부’를 번복한 건 맞지만 JTBC 출연만 놓고 ‘변절’로 몰아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 교수의 ‘종편 출연’을 지지하기엔 다소 꺼림칙한 측면이 있다. JTBC가 변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종편 탄생과정에서 나타난 근원적인 문제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공개된 종합편성채널 관계자들의 비밀회의 녹취 문건을 보면 JTBC의 변화움직임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 문건을 보면 그동안 종편들이 조직적으로 정부 부처와 국회에 로비를 벌여온 정황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신문 지면과 방송을 통해 CJ 등을 압박해 왔으며 그 과정에 기자들을 동원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외형적으로 드러나는 JTBC의 변화 움직임과 ‘그들만의 비밀회동’에서 보인 JTBC 속내 사이의 ‘균열’을 JTBC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손석희 체제의 JTBC와 JTBC를 합리적 보수라 판단한 진중권 교수는 JTBC에서 이를 어떻게 보도하고 언급할 것인가.

필자 또한 “JTBC가 중도적인 방송이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실 보수냐 중도냐 진보냐의 문제는 JTBC가 추구하는 변화를 평가함에 있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진중권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JTBC가 ‘어떤 보수성’을 보일 것인가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진 교수는 JTBC가 합리적 보수가 될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뒀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프로그램을 통한 차별화 전략과 진보인사들을 영입해 보수색을 탈피하려는 노력은 인정하지만, JTBC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부적절한 방식’으로 종편에 대한 특혜를 정부에 압박하고 요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외형적으로는 변화를 추구하지만 ‘물밑에선’ 적절하지 못한 방법으로 여론을 조작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게 이번 문건공개로 밝혀지지 않았던가. JTBC가 진정으로 변하려면 차별화 전략만이 아니라 방송 외적인 영역에서도 ‘합리성’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합리적 보수를 지향하는 종편 탄생은 그럴 때 가능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JTBC가 합리적 보수의 길을 걷기에는 갈 길이 아직 멀다.

 

<기사전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