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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곰돌카페

비난

강성원 기자가 쓴 기사 때문에 비판을 많이 받았다. 인터뷰 대상자가 원하지 않았던 개인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그래서 실명 공개한 부분은 다시 익명으로 처리했고,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다. 이것과 관련해서 길게 ‘변명’할 생각은 없다. 


다만 미디어오늘이 왜 ‘해당 기사’를 내보냈는지, 어떤 판단과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밝히는 게 온당하다고 본다. 미디어오늘의 판단과 논의과정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고, 그런 점에 대해선 이견이 있는 사람은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조회수나 올리고자’ 이런 기사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고,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SNS에선 미디어오늘과 강성원 기자 그리고 나에 대한 ‘엄청난 비난’과 심지어 ‘욕설과 조롱’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있는데 … 미디어오늘과 기자들이 그동안 가져왔던 ‘진정성’과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욕설과 조롱’은 좀 자제해줬으면 좋겠다. 


일명 ‘랜선 효녀’ 박효도씨는 지난 7·30 재보선에서 트위터를 통해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수원 영통) 후보 당선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 ‘박효도’씨는 박광온 당선자의 딸이었고, 그의 재기발랄한 SNS 멘션들은 이슈가 됐고 화제가 됐다. 당연히(!) 언론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한겨레와 미디어스 등을 통해 인터뷰가 나갔고, 미디어오늘도 섭외에 들어갔다. 그런데 인터뷰를 준비하는 와중에 강성원 기자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박효도씨는 본인의 트윗과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을 30대라고 소개했는데, ‘조인스닷컴’ 인물 정보에 따르면 박효도씨는 20대였다.


SNS상에서 화제가 된 인물이고, 언론 인터뷰에도 소개가 된 데다 박광온 당선자가 직접 조인스닷컴에 자신과 가족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일부에선 ‘기자들만 접근할 수 있는 인물 정보’에 미디어오늘이 접근해서 ‘랜선 효녀’ 신상 정보를 ‘까발렸다고’ 비판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조인스닷컴은 기자든 일반인이든 로그인해서 유료결제를 하면 누구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공인의 가족사항을 알 수 있다. 물론 조인스닷컴 인물정보는 당사자가 동의를 해야 인물DB에 등록된다. 강성원 기자는 이번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조인스닷컴 인물정보를 검색했고, 거기서 ‘랜선효녀’가 20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미 한겨레와 미디어스 등을 통해 ‘랜선 효녀’가 30대로 보도가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물론 ‘랜선 효녀’의 나이가 뭐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 이게 보도할 만한 사안이냐, 이렇게 문제제기할 수 있다. 그런 비판과 지적은 미디어오늘도 겸허히 수용한다. 


다만 강성원 기자와 조현호 정치사회부장은 ‘공직자의 자녀가 이렇게 이슈가 됐다면 나이와 이름 정도의 신상공개는 굳이 감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고, 편집국장인 나는 그 판단을 존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이름을 공개하기 꺼려했는데 미디어오늘이 이름을 공개했다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선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린다. 


나이도 공개하길 꺼려했는데 왜 나이는 계속 수정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도 나왔다. 그 부분에 있어선 나와 정치사회부장, 그리고 강성원 기자 생각은 좀 다르다. 나이는 본인이 직접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30대라고 밝힌 것이고, 미디어오늘은 그 나이가 사실과 다르다는 부분을 언급한 것이다. 물론 그게 뭐 그리 중요한 것이냐는 비판은 가능하다. 하지만 본인이 원치 않는 나이를 미디어오늘이 일방적으로 공개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강성원 기자는 ‘아빠 선거운동을 하면서 왜 굳이 나이를 30대라고 했느냐’는 질문을 한 것이고 ‘랜선 효녀’는 그 부분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지 않은 것이다. 


미디어오늘에서도 이번 ‘파문’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있다. 일부 기자는 “신상공개를 원하지 않는 이의 정보를, 그것도 다른 언론보다 진보적 가치를 지향하는 미디어오늘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에도 이를 공개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비판을 가했다. 타당한 지적이다. 


다만 나는 이런 반론은 펴고 싶다. 본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략적인 나이를 밝혔고, SNS상에서 박광온 당선자 딸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했다면 ‘이름’과 ‘나이’ 정도는 밝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특히 나이는 본인이 밝힌 것과 달라서 이를 확인하고자 했다. 기사 가치와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을 기자가 확인 취재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에는 동의 못한다. 


물론 그럼에도 인터뷰 대상자 본인이 극구 반대한다면 보도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실명을 공개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번 파문과 관련해 미디어오늘에 가해지는 비판이 온당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조선일보의 채동욱 혼외자식 보도와 이번 건을 예로 들며 조선일보와 미디어오늘이 뭐가 다르냐고 힐난하는 분들도 있는데, 나는 “분명히 두 사안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 조선일보는 ‘혼외자식’과 관련한 정보를 입수하려고 온갖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혼외자식’이 다니고 있는 학교를 찾아간 건 물론이고 생활기록부 등등 그야말로 다 뒤졌다. 이건 누가 봐도 명명백백하게 잘못한 것이고, 취재윤리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사안이다. 모 여인의 집 앞에 진을 치고 있으면서 사생활을 침해한 것 역시 문제가 많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은 박광온 씨 딸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사실상 ‘일반인에게 공개가 된’ 조인스닷컴 자료를 바탕으로 본인이 밝힌 나이와 실제 나이가 다른 부분을 지적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선 본인이 그냥 ‘왜 그랬는지 간단하게 해명만 하면’ 끝나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이걸 왜 ‘프라이버시’ 얘기를 하면서 신상공개 쪽으로 논의방향을 트는지 모르겠다. 


물론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실명을 공개한 것은 전적으로 나의 불찰이고, 나의 책임이다. 그 점에 대해선 데스크로서 백번 잘못을 인정한다. 근데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든다. ‘랜선 효녀’의 실명을 공개한 것이 조선일보 채동욱 보도와 비교되면서 지금과 같은 엄청난 비판을 받을 정도로 미디어오늘이 잘못을 한 것인지. 


나는 회의적이다. 이미 트위터를 통해 보도 경위와 과정 등을 설명하고 사과를 했는데도 욕설과 사과요구 등이 이어진다. 국민TV 조합원 가운데 일부는 국민TV를 탈퇴하겠다고 그러고 (왜 미디어오늘 기사를 가지고 국민TV를 탈퇴하겠다고 하는 건지..) 일부는 ‘미디어토크’에서 공개사과 하라고 요구한다. 안하면 조치를 하겠다고 그러고. 


나는 실명을 공개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를 했고, ‘미디어토크’에서도 사과할 거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선 사과할 생각이 없다. 실명 공개한 부분 외에 강성원 기자가 쓴 것은 ‘충분히 쓸 만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중요하고 의미 있는 기사인지에 대한 판단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한 기사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나의 솔직한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무조건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분들이 있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건 나에게 ‘사상과 판단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또 다른 억압이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까지 ‘본인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사과하라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이번 주 ‘미디어토크’를 끝으로 ‘미디어토크’ 공동진행자 자리에서 내려오려 한다. 아직 김용민 피디와 논의를 하지 않았는데 최소한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최소한의 휴지기를 가지는 게 필요한 것 같다. 이번 파문 때문에 국민TV 조합원까지 탈퇴하겠다고 그러는 분들이 있는데 나도 조합원이지만 국민TV에 피해를 입히긴 싫다. 


그리고 .. 제발 욕좀 하지 마라. 프라이버시 존중 얘기하면서 상대방에게 욕하는 것도 내가 보기에 ‘정상’은 아니다. 그리고 사람이 진정성을 가지고 차분히 설명을 하고 해명을 하면 .. 듣는 척이라도 해라. 정말이지 좌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사람들은 상대하기가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