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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무한도전’ 과소비 논란, ‘공익과다증’이 불러온 불필요한 논란

[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1월1일∼1월8일 예능 분야

2011년 새해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일주일 동안 방송은 무엇을 말했을까요. 드라마와 예능, 시사교양 이렇게 3분야로 나눠서 흐름과 트렌드를 짚어 봤습니다. 예능 부분입니다.

변화에 대한 ‘압박’, 예능 프로그램의 고민

새해 들어 예능은 변화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MBC <무한도전>이 있습니다. <무한도전>은 새해 첫 방송에서 ‘무한도전의 위기’에 대해 집중 조명했습니다. 지난 1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다른 어떤 옴부즈맨 프로그램보다 ‘리얼하게’ <무한도전>을 파헤쳤습니다.

<무한도전>은 이날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이 새로움과 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특히 버라이어티 장르는 생존경쟁이라 일컬어질 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만큼의 재미와 신선함을 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지난 4일 국민일보는 “어느 채널이든 똑같은 장면이 펼쳐진다”는 걸 식상함의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과포화 상태”라면서 “초기에는 예측이 안 되는 소재를 들고 나와서 시청자를 사로잡았지만 지금은 유사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보니 소재도 중복되고, 예측 가능해져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변화를 고민하지만 쉽지 않은 예능의 변화

<무한도전>이 새해 첫 방송 주제를 ‘위기’로 정한 것도 아마 국민일보의 진단과 같은 맥락일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진단과는 별개로 변화가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최근 예능에서 공익이 강화되는 현상을 조금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실 언제부터인가 예능이 예능이 아니라 다큐가 돼버렸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도 나도 리얼 버라이어티에 뛰어들면서 차별화를 꾀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현상이지만, 예능이 ‘예능스럽지’ 않고 너무 어깨에 힘을 주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거지요. ‘미션을 수행하되 의미 있게 수행한다’는 게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모토가 돼 버린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저는 ‘조금’ 불편합니다. 대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야 할 예능 프로그램이 공익을 두고 경쟁하는 최근 양상이 불편하다는 겁니다. <1박2일>이 새해 첫 방송을 외국인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여행으로 컨셉을 잡았죠. 저는 취지야 백번 이해하지만 그냥 예전처럼 편한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웃음을 기대했었는데 조금 실망이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 근저에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한국의 묘한 우월의식’이 깔린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지난 2일 방영된 SBS <영웅호걸>도 출연진들이 자신들의 어려운 시기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공개하면서 ‘감동’을 선사하긴 했는데 저는 ‘감동’도 감동이지만 그냥 그들의 웃음을 편하게 봤으면 좋겠습니다.


<무한도전>의 ‘정 총무가 쏜다’가 방영된 이후 과소비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저는 이런 논란도 결국 ‘공익과다증’이 불러온 불필요한 논란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소비라 … <무한도전> 제작진이 쪽방촌이라도 찾아서 독거노인들에게 80만원을 전달했으면 괜찮았을까요? 그건 시사나 다큐멘터리가 해야 할 영역입니다. 물론 시사나 다큐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나타난 역설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금 한국의 예능은 지나치게 ‘공익 콤플렉스’의 덫에 걸려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공익도 좋지만 예능에 좀 더 충실했으면

물론 웃음에도 최소한의 공익을 포함시키자는 의도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모든 예능이 공익을 표방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언제부터인가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웃음보다 눈물이 더 많이 등장하는 경우를 목도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했지만 마치 예능 프로그램들이 ‘공익 콤플렉스’에 걸린 것 같습니다. 공익에 대한 강박이 예능 프로그램을 압도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저는 <무한도전>이 거창한 기획이나 봉사정신보다는 ‘정 총무가 쏜다’에서 개그맨 후배들에게 정 총무가 밥을 쏘는 정도의 ‘공익’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져 버린 상황에서 개그맨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밥을 사는 것 이상의 ‘공익’이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요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너무 거창한 기획과 공익성을 담보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같은데, 우리 제발 어깨에 힘 좀 뺍시다. 공익도 좋지만 예능에 좀 더 충실했으면 합니다.

‘복고풍 예능’ 성공할까 

SBS는 예능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강심장>과 <밤이면 밤마다> <런닝맨> <스타킹> 등이 포맷이나 내용에 변화를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KBS의 경우 <명 받았습니다>와 같은 프로그램이 신설되긴 했지만 아직 크게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MBC <무릎팍 도사>는 지난해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을 이끌며 선풍적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박칼린을 등장시켜 주목을 받았습니다.

KBS <남자의 자격>은 ‘김성민 파문’을 딛고 2011년 새해 기획을 시작했더군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작년과 같은 소소한 재미와 감동을 얼마나 선사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올해 예능 프로그램에서 눈에 띄는 건 ‘복고풍 예능’의 등장입니다. MBC가 목요일 밤에 편성한 <추억이 빛나는 밤에>는 왕년의 스타를 초대해 과거 신문기사를 바탕으로 당시의 추억을 지금의 시점에서 돌아보는 그런 취지의 프로그램입니다. 아마 지난해 MBC <놀러와>에서 70-80스타를 초대해 쏠쏠한 재미를 본 것에 착안한 것 같더군요. 이른바 ‘세시봉 효과’에 따른 추억마케팅에 승부수를 건 것 같았습니다.

취지도 좋고 의미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솔직히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 지더군요. 최근 추억마케팅 바람은 방송3사 예능 프로그램에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중장년층의 예능 나들이도 점차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뭐 이런 흐름들이 2011년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수도 있지만 저는 새롭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이미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간 조화를 시도한 프로그램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추억마케팅, 흐름이 아니라 기획이 관건

형식은 전혀 달랐지만 기성세대와 아이돌세대의 조합이라는 기획은 이미 KBS <청춘불패>에서 시도가 됐었고, 현재 <세바퀴>도 비슷한 컨셉으로 방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청춘불패>와 <세바퀴>를 혼합한 듯한 <추억이 빛나는 밤에> 출연진이 참신함을 떨어뜨리고 있더군요.

사실 MBC <놀러와>에서 ‘70-80세대’가 주목을 받았던 건, 상당 부분 기획과 섭외가 바탕이 됐습니다. 그런데 <추억이 빛나는 밤에>는 정작 기획과 섭외부분이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추억이 빛나는 밤에>가 풀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지(위) MBC '무한도전' 1월1일 방송 화면캡쳐>
<이미지(중간)  MBC '무한도전' 1월1일 방송 (c)MBC>
<이미지(아래) MBC '추억이 빛나는 밤에' (c)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