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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아이유 열풍 진단하는 방송뉴스 불편한 이유

[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1월9일∼1월15일 예능 분야

이번 한 주 예능에선 많은 일들이 있었죠. 하지만 최대 아이콘은 10대 가수 ‘아이유’였습니다. 요즘 가요계와 예능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최근 아이유 열풍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주요 신문들이 문화면에서 ‘아이유 신드롬’을 주목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주 MBC <뉴스데스크>에서까지 별도 꼭지로 ‘아이유 열풍’을 다루더군요.

소녀시대와 카라 등 국내 걸그룹이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때 방송사들이 메인뉴스에서 별도 꼭지로 ‘열풍 현상’의 원인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가수’가 주목받는 것과 관련해 이를 단독 리포트로 처리한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아이유 열풍이 얼마나 거센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방송뉴스의 아이유 열풍 진단과 가요 프로그램의 획일화


지난 15일 MBC <뉴스데스크>는 아이유가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요인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꼽았습니다. 최근 대세를 형성한 아이돌 음악이 기계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반면 아이유는 라이브로 노래한 것이 차별화를 가져왔다는 것이죠. 10대의 어린 가수가 립싱크가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 그대로를 노래했는데, 이것이 실력이라는 요소와 결합되면서 사람들에게 신선함을 가져왔다는 분석입니다.

아이돌 중심의 획일화된 문화에서 다양성을 꾀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너도 나도 아이돌이 되는 것이 대세인 시대에 아이돌과는 전혀 다른 콘텐츠를 들고 나온 것이 주요했다는 분석입니다. 여기에다 직접 노래를 편곡해서 부를 줄 아는 실력을 겸비한 것도 아이돌 열풍의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뭐 방송뉴스는 물론이고 대다수 언론이 내린 이 같은 진단 - 맞습니다. 동의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전 방송뉴스의 아이유 열풍 진단이 불편했습니다. 왜냐구요? 방송뉴스에서 지적한 ‘지금의 획일화된 가요계 상황’이나 ‘아이돌 대세 분위기’ 형성에 가장 앞장 섰던 곳이 다름 아닌 방송사였기 때문입니다.

시청률을 이유로 ‘라이브 음악프로그램’ 폐지한 KBS MBC

방송3사 가요 프로그램이 아이돌 위주 음악으로 ‘재편’된 지는 오래됐죠. 개선 요구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반영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방송사들이 이런 요구들을 무시만 했던 건 아닙니다. 지난해 KBS에선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음악창고>가 신설되기도 했고, MBC도 <음악여행 라라라>가 주목을 받기도 했죠.

하지만 두 프로그램은 지난해 모두 폐지됐습니다. KBS와 MBC에서 이런 저런 이유를 들고 있지만 시청률이 폐지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심야시간대에 프로그램을 편성해 놓고 시청률을 기대한다는 게, 제가 볼 땐 정말 우습게(?) 보였지만 어찌 됐든 두 프로그램의 폐지로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의 획일성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었죠.


제가 MBC <뉴스데스크>의 아이유 열풍 진단을 불편하게 바라봤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아이유 돌풍’의 원인이 된 가요계의 획일주의는 아이돌 위주의 음악 편성을 고집해 온 방송사에 적지 않은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진단을 하려면 이런 부분까지 함께 지적을 했어야죠. 하지만 MBC는 ‘그들’이 지적한 문제점이 방송사와는 마치 상관이 없는 듯 아예 거론 자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요계 획일성 강화, 방송사는 책임 없나

사실 방송사 ‘스스로에 대한 비판’을 기대한 제가 정신이 나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아이유 열풍’을 진단하면서 매력적인 ‘아이유 상품’을 시청률 상승에 이용하려는 게 목적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아마 MBC 관계자들이 보기에 ‘자아비판’을 요구하는 제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판단을 하는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15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최일구 앵커가 아이유 관련 리포트를 마무리하면서 “저도 아이유 양 어제 회사에서 만났습니다”라고 마무리 멘트를 했거든요. 그냥 이 리포트는 ‘그런 용도’였던 셈입니다.

<사진(위) 1월15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캡쳐>
<사진(아래) 경향신문 1월7일자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