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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추적60분’ 징계와 정통 시사교양의 약화

[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1월1일∼1월8일 시사교양

2011년 새해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일주일 동안 방송은 무엇을 말했을까요. 드라마와 예능, 시사교양 이렇게 3분야로 나눠서 흐름과 트렌드를 짚어 봤습니다. 시사교양 부분입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추적60분’ 징계

올해 시사교양은 프로그램 자체보다 프로그램 외적인 부분이 이슈가 됐습니다. 지난 5일 심의위가 KBS의 <추적 60분> ‘천안함 편’(2010년 11월17일 방송)에 대해 경고 결정을 내리면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경고는 심의위 징계 가운데 중징계에 속합니다.

심의위는 <추적60분> ‘천안함 편’ 징계 근거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9조(공정성 관련) 2항과 3항, 14조(객관성 관련) 조항에서 찾고 있습니다.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해야 하는데 <추적60분>이 이를 위반했다는 거죠.


일단 이 조항 자체가 문제가 많습니다. 너무 포괄적이기 때문입니다. ‘공정성과 균형성, 객관성’이라는 조항은 특히 애매모호합니다. 추상적이라는 얘기죠. 이런 모호함과 추상적인 규정은 시사고발프로그램을 옥죄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심의위의 <추적60분> 징계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이 부분입니다.

정통 시사교양의 약화, 어떻게 볼 것인가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번 징계로 정통 시사교양프로그램이 더 약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겁니다. 심의위의 <추적60분> 징계를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 한 해 굵직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방송사 시사프로그램들이 심의위의 이번 결정으로 더 위축되지는 않을까, 그런 염려가 방송사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한 주 방영된 시사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최근 흐름이 어떤 지를 대략 알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MBC <PD수첩>을 제외하곤 다른 시사교양프로그램은 굵직한 사회적 이슈를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모든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정치·사회적 이슈를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양한 아이템들을 다양하게 접근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런 ‘다양성 기류’가 자발성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굵직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것에 대한 부담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판단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전자라면 다행이지만 만약 후자에서 비롯된 결과라면 시사교양의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1년이 일주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지난해 연말 가장 뜨거운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새해 예산안 파문을 시사교양 프로그램 중 <PD수첩>만 주목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TV로 만나다

이번 한 주 시사교양에서 주목을 받았던 프로그램은 EBS <정의란 무엇인가>였습니다. EBS가 지난해 출판계 주요 이슈였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강연을 TV로 방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일부터 매주 월 화 수에 방영되는 ‘하버드 특강-정의’는 4주간 총 12회로 구성돼 있습니다.


책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책에서 느끼지 못하는 현장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이라도 ‘정의’에 대한 다양한 이론과 논쟁을 보고 싶다면 한번 볼 것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다만 한 가지 흠은 방영 시간이 밤 12시라는 점 그래서 본방 사수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편성 시간이 무척 아쉽게 느껴집니다.

4주 만에 다시 찾아온 명품 다큐 MBC ‘아프리카의 눈물’

이번 한 주 시사교양에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였습니다. 특히 명품 다큐로 평가받고 있는 MBC <아프리카의 눈물>이 지난 7일 4주 만에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방송된 <아프리카의 눈물-사하라의 묵시록>편은 풀라니족의 게레올 축제의 화려한 모습과 가뭄과 기아에 허덕이는 상황을 담담하게 전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이 더해졌습니다. 특히 아름다움과 외모를 유지하기 위해 풀라니족들이 보인 여러 가지 ‘행위’들은 일종의 문화적 충격에 가까웠죠.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문화적 충격이지만 ‘그들’에겐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치장’일 뿐입니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이외에도 SBS는 <SBS 스페셜> 신년특집 ‘나는 한국인이다-짝 1부, 나도 짝을 찾고 싶다’를 방송했습니다. <SBS 스페셜>은 방영 이후 논란이 일기도 했죠.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별도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오늘(9일) 2부가 방송될 예정이니 2부까지 보고 판단을 해봐야겠습니다.

SBS <뉴스추적>은 연평도 주민들의 새해 풍경을 담았고, KBS <시사기획 KBS10>은 신년기획 ‘격동의 한반도’를 통해 북한 핵 문제를 조명했습니다. 심의위로부터 징계 결정을 받은 KBS <추적60분>은 새해 첫 방송으로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를 아이템으로 정했더군요.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인터넷 동영상의 장단점을 주목했습니다.

<사진 설명 : KBS '추적60분' 천안함 편 ©KBS>
<사진 설명 : MBC 'PD수첩' 신년기획 새해 예산안편 ©MBC>
<사진 설명 : EBS '정의란 무엇인가' ©EBS>
<사진 설명 : MBC '아프리카의 눈물'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