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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흔적/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홍대 청소노동자와 시사교양 프로의 침묵

[이주의 방송 무엇을 말했나] 1월 9일∼1월15일 시사교양

이번 한 주 방송사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다양한 주제를 다뤘습니다. ‘낙하산 인사’ (MBC <PD수첩>) ‘전세난’(KBS <추적60분>) ‘현대건설 매각문제’(SBS <뉴스추적>)부터 ‘UFO’(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한 다양한 현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선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MBC <PD수첩>의 경우 MB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됐는지 구체적 통계를 통해 제시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런 노력들, 높이 평가해야죠. 하지만 한편에선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이 대다수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주제들을 이슈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3주째 돌입한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과 시사교양의 침묵

이른바 주류언론이 주목하지는 않지만 인터넷과 트위터, 페이스북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사안이 있습니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 해고와 농성’이 대표적입니다. 배우이자 탤런트 김여진 씨가 비정규직 청소아주머니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더 화제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이 사안은 경향과 한겨레 등의 제외하곤 주류언론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농성에 돌입한 지 2주가 넘었고, 인터넷에서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상당히 공론화가 됐지만 거대 미디어들은 이 사안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이 이번 사안을 다룬 것을 제외하곤 거의 침묵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은 우리 사회 비정규직 문제의 한 단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 보기 힘들었던 타 대학 총학생회가 지지의사를 밝힌 점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탤런트 김여진 씨가 참여했다는 점 등 주목할 만한 사안들이 많습니다. 속된 말로 PD 입장에서 봐도 등장인물들이 많아 충분히 ‘그림’이 된다는 거죠. 시사교양 프로그램에서 이번 사태를 여러 측면에서 조명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뉴스는 물론 시사교양 프로그램들도 이번 사태를 심층적으로 전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한 두 개만 있는 게 아닐진대, 왜 농성 3주째에 돌입하는 홍익대 비정규직 아주머니들을 이들은 주목하지 않을까요.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이 총장실로 몰려가 점거 농성을 할 때만 잠깐 카메라를 비출 뿐이죠. 왜일까요? 왜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이번 사태를 주목하지 않는 걸까요.

‘거대 권력’ 상대가 버겁다면 ‘미시 권력’이라도 제대로 해부해라

사실 거의 모든 언론의 외면을 받고 있지만, 부산 한진중공업 사태도 상황이 악화되고 있죠. 사측이 290명에 대한 정리해고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노조가 반발하는 등 노사갈등이 점점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여러 이유가 있지만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90명의 생사가 달려 있는 이번 사태는 대다수 언론은 물론 대다수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을 문제점을 정면으로 파헤치느라 바쁜 걸까요. 글쎄요. 제가 볼 때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 거대권력에 맞서는 게 버거우면 ‘미시권력’의 문제점이라도 제대로 파헤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작금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은 너무 ‘연성화’돼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위)=1월9일 방영된 MBC '시사매거진 2580'>
<사진(중간)= 1월9일 방영된 MBC '시사매거진 2580'>
<사진(아래) 한겨레 1월13일자 12면>